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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속 직원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를 이용해 배관 점검을 하던 중 사다리가 부러지며 추락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경영책임자에 대하여 관리사무소장이 적절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아파트 관리회사와 그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이 있다고 본 사례

2024.11.27.

노동팀 뉴스레터 제7호


[대상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24. 8. 27. 선고 2024고단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는 공동주택 및 빌딩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입니다.  피고인 회사는 2011. 7.경 경기 양주시에 있는 B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 관리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아파트 관리 업무를 하였습니다.


피고인 C는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이고, D는 피고인 회사 소속의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서 위 회사를 대리하여 소속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사항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입니다.


재해자 E는 피고인 회사 소속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서 관리 업무를 하였습니다. 재해자 E는 2022. 7. 4. 이 사건 아파트 110동 1, 2호 라인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부터 약 3.9m 높이에 설치된 오수관에 A형 이동식 사다리를 펼쳐서 걸친 다음 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상으로부터 약 2.5m 높이에서 위 오수관을 분리한 뒤 점검하던 중 위 사다리의 접합 부분이 파손되면서 바닥으로 추락하였고, 결국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사망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사고’).


이에 검사는 피고인 C를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E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인 회사를 산업재해 발생사실 은폐,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산업재해원인조사 방해로 인한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종사자 사망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 C에게 징역 8월 및 집행유예 2년, 피고인 회사에 벌금 50,000,000원을 선고하였습니다.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피고인들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대상판결은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즉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는 법리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C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의 설정(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1호) 여부 (긍정)


피고인 회사는 2022. 6.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반영한 안전보건관리계획서를 일선 관리사무소에 하달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적용될 안전보건관리계획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본사 차원의 안전보건관리계획서에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이 명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비롯하여 피고인 회사의 개별 사업장에서 본사와 다른 내용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수립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이 피고인 회사의 2021년도 안전보건관리계획서에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회사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1호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보더라도 추상적인 목표와 경영방침을 다소 늦게 설정한 것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였는지(제4조제3호) 여부 (부정)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하여 위험성평가를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었다거나 그 절차에 따라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실시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3항 단서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로 동항 본문의 조치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규정에 따른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는 적어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위험성평가에 준하는 수준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의 것임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매월 실시하는 ‘법규준수체크리스트’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의 크기를 평가하고 그 시정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내용을 소개하고 그 준수 여부를 자율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나아가 법규준수체크리스트와 같은 단순한 방식의 자율점검에는 일반적으로 점검자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작성될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 회사의 경우 본사 측 임원의 정기 또는 수시감사 외에는 이와 같이 자율점검이 부실화될 위험성을 포착하고 차단할 별다른 경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였는지(제4조 제7호) 여부 (부정)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피고인 회사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정상적으로 설치 및 운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회사의 소장협의회는 부수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 논의된 적은 있어도 그 주된 목적과 기능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2020년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22년까지는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정상적으로 소집, 운영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소장협의회는 관리사무소장들로 구성된 기구에 불과하여 소장 외의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절차로서는 한계가 있고, 직원들의 의견은 제도화되지 않은 이른바 ‘수시면담’ 방식으로 관리사무소장을 통해서 수렴할 수밖에 없었다.


(4)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유무 (긍정)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에 있어서도 경영책임자의 안전확보의무 위반이 중대산업재해의 발생 및 이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하여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원인이 개재되어 그것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안전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은 적절한 안전조치 없이 사다리를 이용한 고소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방임한 관리사무소장에게 있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 회사 본사 차원에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였더라면,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관하여는 적어도 최소한의 개선방안이 시행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최소한의 개선방안을 시행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아주 어렵거나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도 아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아니하는 등의 피해자의 과실이 사고로 인한 중대한 결과의 발생에 가공하였다 하더라도,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안전확보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나. 피고인 회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1)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사고 현장은 장애물이 없는 장소이므로 이동식 비계를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하여 작업하였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2m 이상 높이에서 작업시 착용해야 하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였어야 함에도 관리소장인 D는 그와 같이 조치하지 않고 직원들의 고소작업을 묵인 내지 방관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이동식 사다리 안전사용 지침’을 하달하고 법규준수체크리스트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도록 하였으나, 현장에서는 위 지침에 맞지 않는 사다리를 이용한 고소작업이 계속되었고, 관리소장인 D도 이를 제지하거나 문제삼지 않았다. 피고인 회사 차원에서 관리사무소장들의 안전조치 의무 불이행을 감시하거나 시정 요구할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 D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나 감독을 하였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회사가 관리사무소장인 D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 내지 감독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적어도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사다리를 이용한 고소작업과 관련하여서는 관리사무소장인 D가 안전조치의무를 해태하여 온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특히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구조로 인하여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시 내지 상호간의 공모 하에 산업재해 발생사실을 은폐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고 발생 전까지 본사 차원에서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거나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별다른 제도적 장치는 없었다고 보인다.


오히려 피고인 C는 피고인신문 당시 ‘관리소장이 산재 발생사실을 신고해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해서 신고하지 않으면 본사는 알 길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고의 인정 기준(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을 유추적용하여, 사업주가 작업에 대해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안전조치 불비해 대해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방치하였고, 이로 인하여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한편, 대상판결은 개별 사업장이 아닌 본사 차원의 안전보건관리계획서 내 기재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1호에서 정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데, 통상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은 본사뿐만 아니라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업장별로 설정해야 하므로, 대상판결을 일반화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사고 발생에 재해자의 과실이 경합되었더라도,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데, 이는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야기한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어도 다른 간접적 원인과 결합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하였다면 그 가해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피해자의 과실이 개입되어 결과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거나 제3자의 가해행위와 공동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이면 가해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결(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3612 판결,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4도2082 판결 등)과 같은 입장에 선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 이전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 역시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3. 11. 3. 선고 2022고단1429 판결, 대구지방법원서부지원 2024. 2. 7. 선고 2022고단2940 판결). 


대상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들과 검사 모두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의정부지방법원 2024노2609)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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