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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와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만연히 마지막 사업장을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4.11.27.

노동팀 뉴스레터 제7호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8. 21. 선고 2023구단7316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아래 표 근무경력과 같이 A 주식회사, F 주식회사 등에서 약 37년간 그라인딩(선박 블록 표면 불순물 제거 및 연마작업), 신호수(조립공정 자재 및 도구 운반과정에서의 신호업무) 등 업무로 분진에 노출되어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다면서,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별도 전문기관의 역학조사 없이 원고의 마지막 분진작업 사업장인 F 주식회사를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 산정 후 이를 토대로 산출한 장해급여를 지급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적용사업장을 가장 장기간 근무한 A 주식회사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평균임금 정정 및 보험급여차액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22. 5. 31.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 발생과 가장 상당인과관계가 높은 사업장이 확인되지 아니하고 이에 따라 A 주식회사를 주된 사업장이라고 명확히 판단할 수 없으며,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에 노출된 사업장인 F 주식회사가 적용사업장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및 보험금여차액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근로복지공단에서 사업장별로 직업병 발병·악화와의 상당인과관계 존부를 살피지 않은 채 마지막으로 근로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적용사업장으로 판단하여 내린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가. 관련 법리


평균임금(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 제도의 취지가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함으로써 통상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려는 것인 점, 업무상 질병의 발생과 같은 평균임금 산정사유는 근로관계 존속 당시 업무 수행 중 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가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에는 근로자의 퇴직일 이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 즉 진단 확정일까지의 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만일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되는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에는 그 제외되는 기간의 최초일인 퇴직금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 평균임금을 산정하고, 그렇게 산정된 금액에서 산재보험법 제36조제3항의 규정에 따라 증감을 거친 금액을 그 근로자의 보험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4.26. 선고 2005두2810 판결 참조).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한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두60380 판결 참조).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업장이 어느 하나로만 특정된다면, 이때는 당연히 해당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직업병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만연히 마지막으로 근무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으로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i)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하였던 곳이므로 그 임금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직업병 원인과 관계없이 진단 직전에 근무한 사업장이 어디인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입법목적에 어긋나고, (ii)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내용에 비추어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을 위해서는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며, (iii) 설령 진단일 훨씬 전에 직업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최종 사업장을 퇴직하였더라도 산재보험법 제36조 제3항의 평균임금 증감 규정에 따라 그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에 동일 직종 근로자의 임금변동률을 적용하여 산정할 수 있고, (iv) 평균임금 산정 시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평균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을 경우에는 이를 그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9. 5. 12. 선고 97다501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자가 직업병의 원인이 된 유해 요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그 결과 마지막 사업장에서의 임금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임금액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가장 사실대로 반영하는 것은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최종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임금액일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평균임금에 따라 보험급여를 산정하도록 한 산재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나. 원고의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을 마지막 근무장소로 정하는 것이 정당한지(부정)


원고가 A 주식회사를 퇴직한 이후에 수행하였던 신호수 업무 역시 분진 등 유해요소에 노출되는 작업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중 주식회사 B, C, D, F에서 각 근무한 기간은 짧게는 9일, 길게는 27일(원고가 주식회사 F에 소속된 기간은 공식적으로는 27일인데, 실제 근무한 날짜는 17일)에 불과하여, 적어도 위 4곳의 사업장에서의 업무수행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라인딩 업무는 금속 분진 등에 직접 노출되고 근거리에서 분진을 흡입하게 되는 반면, 신호수 업무는 용접 및 그라인딩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발생하는 분진을 일정 거리를 두고서 간접적으로 흡입하게 되는 것이어서, 위 두 가지 업무 중에서는 그라인딩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보다 많은 원인을 제공하였을 개연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A 주식회사에서 그라인딩 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약 34년 6개월에 이르고, A 주식회사에서 퇴직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4. 8. 27. 폐기능검사의 이상결과가 나오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가장 직접적인 기여를 한 사업장은 A 주식회사라고 볼 여지가 많다. 이 사건 상병은 진폐증과 마찬가지로 분진 노출 후에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에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는 특징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처분을 하기에 앞서,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문기관의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았고, 이 사건 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가장 높은 사업장이 어디인지를 살피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도 아니한 채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주된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이 어느 곳인지를 알 수 없다고 쉽게 단정하고서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이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인 주식회사 F를 적용사업장으로 인정하였는 바, 이러한 업무처리방식은 그 자체로 객관성과 합리성이 흠결되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요양결정시 적용업무 관련 판단에 관한 처리지침(제2007-31호)」중 '재해자의 질병 발생 주된 사업장으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에 폭로된 사업장을 적용사업장으로 한다'는 내용은, 전문기관의 심의 의뢰 등을 거친 뒤에도 여전히 주된 사업장이 어느 곳인지를 알 수 없을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 전문기관의 심의 의뢰를 거치는 등의 노력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채 행정편의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경우, 직업병에 대한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하였고,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두60380 판결의 취지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근로자가 근무한 복수의 사업장 모두가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만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업장이 어느 하나로만 특정된다면 해당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고, 이런 경우에까지 마지막 사업장을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은 적용사업장 판단에 있어 재해자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 업무환경 등을 토대로 직업병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준 사업장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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