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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의 핵심, ‘실질적 지배력’의 현재와 미래

2024.09.30.

[노동팀 뉴스레터 제6호]


1. 서론


원청과 하청 노조 사이의 단체교섭 문제가 노동법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대법원은 2024년 3월, HD현대중공업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때맞춰 정치권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논의된다. 바야흐로 노사관계의 근본적 변화가 예고되는 순간으로, 미지의 바다로 항해를 앞둔 듯하다.


논쟁의 중심에는 '실질적 지배력'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판례와 결정이 이 개념을 원용해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실질적 지배력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 경계는 어디인가?


2. 원청과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관련 주요 사건들


원청과 하청노조의 단체교섭이 쟁점이 된 사건들의 진행 상황은 다음과 같다.




HD현대중공업 사건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내하청지회는 원청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여기서 1·2심 법원은 단체교섭 당사자인 사용자는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자로 한정된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 간 근로계약 관계가 없기에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 사건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원청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사안에 따라 택배기사들의 기본적 노동조건에 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단독 혹은 집배점과 공동으로 행사한다고 판정했다.


1·2심 법원도 이런 판단을 지지했다. 법원은 택배기사들의 노무가 원청 사업에 필수적이며 상시적으로 편입돼 있다고 봤다. 나아가 단체교섭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위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제철 사건 사내하청 근로자들로 구성된 비정규직지회는 원청 현대제철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중노위는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작업 내용'과 '작업 환경'에 관한 상당한 정도의 지배·결정력을 보유·행사했다고 봐,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인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사건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노조는 원청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중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택배기사들의 기본적 노동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봤다. 다만 노조는 단체교섭 요구 당시 구체적인 교섭 의제를 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중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단체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이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중노위 재심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소를 각하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사건 사내하청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조는 원청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중노위는 이 사건에서 이전과는 달리 실질적 지배력 개념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노조법의 해석과 파견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전제하에 사내하청 근로자가 원청과의 관계에서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원청이 단체교섭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중노위는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원청 사용자에게는 공동사용자 지위가 아닌 성실교섭 의무만 부여된다는 것이다. 단체협약 체결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계약 관계가 있는 사내하청 협력사로 한정된다는 취지다.


3. 실질적 지배력의 판단기준


중노위는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제외하고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봤다. 국회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본다. 결국 실질적 지배력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실질적 지배력은 언제 인정될까. 중노위는 세 가지 판단기준을 든다. ①교섭 요구 의제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②하청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돼 있는지 ③하청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해야 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다. 법원도 이러한 판단기준을 유사하게 적용한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사건에서는 경제적·조직적 종속성 여부로 단체교섭 의무를 판단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 역시 앞서 말한 세 가지 판단기준에 맞춰 사실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판단기준 및 사실관계를 정리해 도출한 세부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이는 판정·판결에 대한 텍스트 분석을 실시해 도출한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4. 실질적 지배력 법리의 미래 전망


지배력 법리가 처음 등장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아사히방송 사건(朝日放送事件·最判平成7·2·28民集49巻2号559頁)에서 이 법리를 제시했다. 원청 아사히방송이 하청업체 3곳의 근로조건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고 봐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 이후 지배력이 쟁점이 된 사건들이 여럿 있었다. 양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지배력을 인정한 경우다. 주고쿠·규슈지방정비국 사건(中国·九州地方整備局事件·東京高判平成28·2·25)에서는 원청이 업무를 완전히 결정했다는 점을 들어 지배력을 인정했다. 다만 하청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사항에는 예외를 뒀다. 우버재팬 사건(Uber Japan事件·東京都労委命令令和4·10·4)에서는 원청이 하청과 사실상 일체로서 사업을 운영했다는 점을 근거로 지배력을 인정했다.


다른 하나는 지배력을 부정한 경우다. 킨키지방정비국 사건(近畿地方整備局事件·東京高判平成28·6·13)에서는 원청이 하청과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지배력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봤다. 국제기독교대학 사건(国際基督教大学事件·東京高判令和2·6·10)에서는 원청이 하청에 하청 근로자의 비위 사실을 전달한 결과 그가 해고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쇼와홀딩스 사건(昭和ホールディングス事件·東京高判令和4·1·27)에서는 지주회사가 그룹의 경영전략 및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경영지도를 한 정도로는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지배력 법리 적용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판단기준의 표현이 다르다. 일본은 원청이 교섭 의제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지를 본다. 반면 우리나라는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여부를 따진다. 


이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권한을 뜻한다. 하지만 '실질적'이라는 말은 그보다 넓은 의미다. 간접적이거나 묵시적인 영향력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원청이 대주주로서 하청의 경영에 간섭하거나, 원청 직원이 하청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원청은 직접적 권한은 없어도 실제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실질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런 상황까지 포섭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인정 범위가 일본보다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접근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단순히 현재의 지배·결정 관계만 보는 게 아니라, 노동조건을 단체교섭으로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까지 따진다. 이로 인해 현재의 사실관계에서 벗어나, 노동권 보장이라는 당위적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근로3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명목하에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넓게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CJ대한통운 1심 판결이 "원사업주에게만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시킬 경우 근로조건의 개선, 유지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의 근로3권은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고 설시한 것이 이와 궤를 같이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현재의 사실관계만으로는 애매한 경우에도, 노동권 보장의 필요성을 고려해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더욱이 주목할 만한 사실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판결로 확정된 후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야 비로소 처벌된다(일본 노조법 제28조). 즉 일본에서는 부당노동행위 판단 시 죄형법정주의에 근거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일본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엄격하게 판단하는 듯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불확정적 개념에 근거해 원청 사용자의 사용자성을 추단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우리 법원은 실질적 지배력을 넓게 인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으리라 전망되는 이유다.


5. 결론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노란봉투법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노사관계를 맞이하게 된다.


노사관계의 미래를 예견하기 어렵지만, 예측하고 대비해야한다.


※ 본 칼럼은 임인영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8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106&in_cate2=0&bi_pidx=36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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