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ㆍ이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고 본 사례
2024.07.29.
[노동팀 뉴스레터 제5호]
대상판결: 대법원 2024. 5. 17.자 2024두32447 판결
1. 사안의 개요
대상판결은 지난 율촌 뉴스레터 2024년 1월호에서 소개하여 드린 서울고등법원 2023. 12. 1. 선고 2022누46543 판결(원심)의 상고심 판결입니다. 원심의 내용을 아래에 간략히 소개 드립니다(구체적인 내용은 ‘율촌 노동팀 뉴스레터 Vol.2(바로가기)’ 29면~32면 참조).
원고는 회사 분할 전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회(이하 ‘참가인’)와 한국노총 소속 노조(이하 ‘소외 노조’)가 함께 설립되어 있습니다. 원고는 2019년 소외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 한도를 24,200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원고는 2020. 7.경 타임오프 한도를 노조원 수에 비례해 배분했고, 소수노조였던 참가인은 830시간을 받았습니다.
이에 반발한 참가인은 ‘원고가 공정대표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였습니다. 참가인은 체크오프 조합원 수가 아닌 ‘노동조합 확정 공고일’ 당시 노조원 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의 주장을 기각한 반면, 중앙노동위원회와 제1심 법원(서울행정법원 2022.5.13. 선고 2021구합63013 판결)은 참가인의 주장을 인용하였습니다.
원심은 원고가 노사 간 및 노조 간 합의 내용에 따라 이루어지거나 그 취지에 부합하도록 타임오프 한도를 배분한 이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1심과 결론을 달리 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피고(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및 참가인의 상고에 대하여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하여 아래 원심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가) 법리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 외에 사용자에 대해서도 공정대표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는데, 본래 공정대표의무가 위와 같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의해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대표하여 배타적인 교섭권이 부여되고 이에 수반하여 인정되는 것이므로, 공정대표의무의 본래적 주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에 수반하는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이나 대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본래적 의무주체로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단체협약의 체결 및 그 이행 과정에서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범위를 넘는 것이 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특히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장한 헌법 제33조, 노동조합법 제81조 이하의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복수의 노동조합이 병존하는 경우 각각의 노동조합은 각기 독자의 존재의의를 인정받게 되고, 고유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보장받고 있는 데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서, 사용자에 대해서는 공정대표의무와 별개로 특정 노동조합을 우대하여 노동조합 간의 조직경쟁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모든 노동조합에 대하여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이른바 ‘중립의무’가 본래적 의무로서 법리상 인정된다(중립의무를 인정한 선례로는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6도244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중립의무의 취지나 성격,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대표의무와의 유사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체결된 단체협약을 이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예컨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결탁하여 합리적 사유 없이 특정 노동조합을 불리하게 차별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특정 노동조합을 우대하여 취급하거나 노동조합 간의 조직경쟁에 개입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어느 일방에도 치우치지 아니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예컨대 관련 당사자인 노동조합들의 협의 결과에 따라 실행하도록 되어 있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현안에 관하여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견해 대립이 있는 경우 사용자로서는, 각각의 노동조합이 그들 자신의 주장이나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각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보다 객관성ㆍ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되는 처리 방향을 채택하면 충분한 것이지, 그렇지 않고 일방 노동조합으로부터 이의제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장이나 요구의 타당성 여부를 불문하고 다른 노동조합의 요구는 묵살한 채 노동조합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하거나 관계 행정청의 유권해석, 법원의 재판이 있을 때까지 해당 현안의 처리 자체를 중단한다거나, 후견적 지위에서 적극적으로 제3의 해결책을 모색하여 노동조합들에게 제시해야 할 적극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태도는 그 자체로 이미 복수의 노동조합 중 이의를 제기한 측에 기울어진 편파적인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고, 노동조합 사이 분쟁에 대한 사용자의 불개입, 노동조합 활동의 자율성 보장 등을 침해하는 것이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 구체적인 판단 ① 단체협약 및 노조 간 합의한 내용에 따른 한도 배분과 차별행위의 성립 여부(부정) 이 사건에서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차별행위의 영역은 결국 2019년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 소외 노조를 우대하거나 참가인 지회를 불리하게 대우한 것인지 여부라고 할 수 있는데, 특정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활동상의 필요를 이유로 특정 기간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였을 때, 단체협약이 정한 바에 따라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노동조합에 대해 그 몫에 상응하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을 함과 아울러 다른 노동조합에 대해 연간 총 가용한도에서 위와 같이 배분된 한도를 차감한 나머지 한도를 배분한 행위를, 다른 노동조합에 대한 관계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② 참가인 지회가 제기한 이의의 수용 거부와 불합리한 차별의 성립 여부(부정) 2019. 5. 16.자 노조 간 합의를 통해 소외 노조와 참가인 지회 사이에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의 방법과 기준에 관하여 배분 당시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배분하기로 하는 내용의 의사합치가 있었음이 문언상ㆍ해석상 인정되므로, 참가인 지회가 위 합의와 배치되는 취지로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것을 수용하지 않고 소외 노조의 요청에 따라 위 합의의 취지에 부합하거나 적어도 그에 배치되지 아니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한도 배분 결과를 실행한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2019. 5. 16.자 노조 간 합의 내용에 관한 소외 노조의 설명이나 이에 기초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 요청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황이 다수 존재하고, 적용된 한도 배분의 방법 및 기준 자체가 일견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공정한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인 만큼, 분할 전 회사가 참가인 지회의 이의제기를 수용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이 사건 한도 배분 결과대로 실행한 것을 참가인 지회를 불합리하게 차별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 |
3. 의의 및 시사점
과거 법원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에 “소수 노동조합이 받는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적극적인 의무까지 포함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9. 8. 30. 선고 2019누36829 판결(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 확정), 서울고등법원 2017. 5. 12. 선고 2016누68191 판결(확정)]. 다른 하급심 판결에서는 "사용자라고 해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소수 노동조합 사이의 중립을 지켜야 할 소극적인 의무만을 부담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8. 10. 10. 선고 2018누47914, 2018누47921(병합) 판결 등].
이처럼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가 ‘소극적으로 차별하지 않을 의무’를 넘어, 사용자에게 ‘복수 노동조합 간 차별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의무’도 포함되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가 ‘복수 노동조합간 차별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라는 판단을 수긍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한 사안으로, 대법원이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가 소극적 의무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향후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시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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