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생산공정에 관여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나, 공업용수 수처리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관계가 부정된다고 본 사례
2026.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2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6. 8. 20. 선고 2022가합11655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원료 투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을 수행하는 2개 제철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생산공정 일부를 도급받은 17개 사내 협력업체(이하 '이 사건 협력업체들') 및 수처리설비 운전업무를 도급받은 별도 협력업체(이하 'A회사') 소속 근로자들입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들은 원료 하역·운반, 설비 운전·정비, 시편 채취·가공 및 제품관리 등을 수행하였습니다. 반면 피고의 수처리설비 운전부문을 분사하여 설립된 A회사는 공업용수 수처리 및 유틸리티 공급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의 실질적 근로자파견관계 및 2년 초과 사용을 근거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근로자지위확인 및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i) 이 사건 협력업체들 및 A회사와 피고 사이의 도급계약이 그 실질에 있어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는지, (ii) 정년을 도과한 원고들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에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또는 피고의 직접고용의무가 소멸하는지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정년을 도과한 원고들의 소를 각하하고,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원고들의 청구는 인용하였으며, A회사 소속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하였습니다. 즉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면서도, A회사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이를 부정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근로자파견관계의 판단 기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해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즉,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작업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작업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작업이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작업과 구별되며 그러한 작업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나.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원고들: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① 상당한 지휘·명령: 피고는 (i) KPI 평가지표를 통해 협력업체의 작업수행실적뿐 아니라 작업지원 요청에 대한 대응 여부까지 평가하여 협력업체에 불이익을 부과하였고, (ii)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할 작업의 순서와 세부 방법을 정한 작업표준서 및 기술기준의 제·개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 또한 (iii) MES(전산관리시스템)를 통해 전달된 작업대상·순서·방법에 관한 정보는 작업지시 등과 결합하면 사실상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구체적 작업 내용의 거의 전부를 구성하게 되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실상 구속력 있는 작업지시로 기능하였고, (iv) 이메일·유선·무전기 등을 통한 상시적인 작업지시도 수시로 이루어졌다. (v)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 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각 협력업체가 아닌 피고가 원인을 분석하여 사고를 방지하거나 문제 해결 방안을 판단하고, 이를 시행하도록 지시하였다. ②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은 피고의 압연제품 생산 과정 전반에 걸쳐 원재료 운반, 생산설비 운전·보수, 검사 보조, 제품 포장·출하 등 필수적인 작업으로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과 기능적으로 분리되기 어렵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분업적 협업관계를 통해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하였다. 나아가 종전에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직접 수행하던 작업이 외주화된 것이라는 사정도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는 사정에 해당한다. ③ 근로조건 결정권의 취약성: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근로자 선발·인사·근태관리를 형식적으로 담당하였더라도, 작업사양서상 표준인원을 기준으로 도급금액이 산정되어 독자적으로 인원을 증원하거나 연장근무를 결정하기 어려웠고, 피고가 동료사랑카드 발급 등을 통해 인사권한 행사에 부분적으로 관여한 사정도 있다. ④ 업무의 구별성·전문성 부존재: 계약 체결 당시 작업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계약금액도 완성된 물량이 아니라 투입 인원·근로시간을 기초로 산정되었으며,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은 대체로 사전에 작성된 작업표준서에 따른 단순·반복적 작업으로서 전문성·기술성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 ⑤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별도 법인격과 조직을 갖추었더라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설비는 대부분 피고가 제공하였고, 현장대리인도 피고의 작업지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에 그쳐 독자적인 사업주로서의 실체는 미미하였다. 다. A회사 소속 원고들: 근로자파견관계 부정 ① 상당한 지휘·명령 부정: 분사 당시 피고의 작업표준이 A회사에 이관되었으나, 이후 (i) A회사가 자신의 명의로 작업표준서를 각 상황실에 비치하여 소속 근로자들을 수시로 교육하고, 현장대리인을 통하여 그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등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가 작업표준 개정을 '지시'가 아닌 '요청'하는 형식을 취한 점, (ii) 이메일·통화 등을 통한 연락도 도급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 제공이나 협조 요청, 안전보건법령상 도급인 의무 이행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②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부정: A회사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장소는 고로 등 피고의 생산설비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피고 소속 근로자가 그 공간에 상시 출입·상주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양측 근로자가 하나의 조로 편성되거나 상호 대체근무를 하였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용수·압축공기·부생가스 등 A회사가 제공하는 동력 공급이 중단되면 후속 공정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정은 동력 공급 관계에 내재하는 일반적 특성에 불과하여, 그러한 공정 간 기능적 연계만으로 실질적 편입을 인정할 수 없다. ③ 근로조건 결정권의 독자적 행사: A회사는 현장대리인의 의견을 반영하여 채용 규모를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법령상 의무교육을 포함한 직무교육을 독자적으로 계획·시행하였으며, 그 비용도 스스로 부담하였다. ④ 업무의 구별성·전문성 인정: A회사와 피고 사이의 계약은 원·정수, 유틸리티, 배수 업무로 범위가 명확히 한정되어 피고의 직접 생산공정과 구별되고, 위 업무는 화학·환경·기계·전기 분야에 걸친 기술적 이해와 비상상황 대응능력을 요하며, 관계 법령상 일정한 국가기술자격을 갖춘 자의 배치가 요구되는 영역으로서, A회사는 채용 시 관련 자격증을 필수·우대조건으로 삼아 전문인력을 확보하였다. ⑤ 독립적 기업조직: A회사는 피고와 자본·지배구조상 종속관계가 없고 220여 명의 근로자를 둔 독립된 법인으로서, 피고에 대한 도급업무 외에도 인근 주택단지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별도 사업을 영위하며 국제표준 인증도 독자적으로 취득하였다. 라. 정년 도과 원고들에 대한 판단: 소 각하 ① 소제기 당시 이미 피고 취업규칙상 정년(만 60세)을 도과한 원고들에 대하여는,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는 것이 더 이상 현존하는 권리·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② 피고가 시행 중인 정년퇴직자 재채용 제도는 종전 근로관계와 구별되는 별도의 고용관계를 예정하는 것에 불과하여, 그 존재만으로 정년 도과로 이미 소멸한 직접고용의무가 소급하여 존속하거나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하나의 사용사업주가 다수의 사내협력업체를 활용하는 대규모 제철소 사업장에서, 업무의 성격에 따라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MES 등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한 정보 제공이 근로자파견의 징표인 '구속력 있는 지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개별 협력업체 및 공정별로 세밀하게 심리하였습니다. 동일한 전산관리시스템의 이용이라도, 그것이 실제로 수급인 근로자의 구체적 작업수행 방법·순서까지 결정하는지, 아니면 도급목적 달성을 위한 정보 제공이나 품질관리의 범위에 그치는지에 따라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 수처리 업무의 경우에는 작업장소의 공간적 분리, 수급인의 독자적인 작업표준 운영, 전문인력의 독자적 채용·교육, 별도 사업의 영위 등이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하는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원고들 일부가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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