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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후 자회사 해산·청산에 따른 해고에 관하여, 위장폐업 및 영업양도를 부정하고 정당한 통상해고로 인정한 사례

2026.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2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7. 23. 선고 2025누761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A노동조합은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나머지 원고들(이하 ‘근로자 원고들’)은 그 지회 소속 B회사 근로자들입니다. B회사와 C회사는 일본 법인 D사의 완전자회사로, 각각 구미시와 평택시에서 LCD편광필름 제조업 등을 영위하였습니다.


B회사는 2022. 10. 4.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로 공장건물과 생산설비 대부분이 소실되자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2022. 12. 13.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산 및 청산인 선임을 결의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해산’). 이어 2022. 12. 19. 근로자 원고들을 포함한 희망퇴직 거부자들에게 청산절차 진행을 이유로 2023. 2. 2. 자 통상해고를 통지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해고’).


근로자 원고들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위장폐업이나 영업양도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도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근로자 원고들은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서울행정법원 2025. 6. 27. 선고 2023구합76952 판결)은 B회사와 C회사 및 D사가 계열회사, 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경제적, 사회적으로 하나의 동일한 활동 단위를 구성한다고 평가할 수 없어 이 사건 해고가 정리해고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해산은 위장폐업이나 영업양도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제1심 판결의 이유를 대부분 인용하면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① 정리해고는 기업의 유지·존속을 전제로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일정한 요건 아래 근로자 일부를 해고하는 것이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다27975 판결). 반면 파산관재인이 파산으로 해산한 회사의 사업 폐지를 위해 청산과정에서 하는 해고는 위장폐업이 아닌 한 기업경영의 자유에 속하며, 정리해고가 아닌 통상해고이다(대법원 1993. 6. 11. 선고 93다7457 판결, 1995. 10. 12. 선고 94다52768 판결).


②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경영상 일체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이다. 복수의 기업조직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업무의 종류·성질·목적·수행방식·장소의 동일성, 업무지시 및 인사·노무관리의 통일성, 하나의 사업목적 아래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결합된 정도 등을 종합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두57876 판결 등).


나. 이 사건 해고의 정리해고 해당 여부: 부정


① B회사와 C회사(이하 '참가인들') 및 D사는 서로 다른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② 참가인들이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기는 하였으나, B회사는 주로 후공정을 담당하며 E회사를 주 거래처로 하였던 반면 C회사는 전공정과 후공정 업무를 함께 수행하며 F회사를 주 거래처로 하는 등 수행업무의 종류나 성질, 수행방식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③ 참가인들은 D사와 별개의 독자적인 이사회를 두고 대표이사를 선임하였고, 거래상대방과도 각자가 계약당사자의 지위에서 각자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④ 원고들을 포함한 B회사의 근로자들이 D사가 아닌 B회사와 근로조건을 협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B회사가 독자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원고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참가인들은 D사와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해고하고, 근로조건을 결정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⑤ D사는 매트릭스 조직(Global Matrix Organization) 형태를 취하여 '지역 조직' 측면에서는 자회사를 두고, '기능 조직' 측면에서는 제조통괄본부 등을 두고 있는데, 위 '기능 조직'과는 상호 독립적으로 '지역 조직'이 운영되고 있으므로 참가인들은 '지역 조직' 측면에서 여전히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⑥ D사의 의사결정기준에 따르더라도 자회사들의 예산 편성 방침, 임원을 제외한 직원의 채용이나 인사이동, 승격, 승급, 징계 등에 관한 의사결정은 해당 자회사의 결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고, 자회사는 D사의 회의체 등과 사전협의나 사후보고만을 거치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⑦ 참가인들 및 D사가 고용한 근로자들은 서로 다르고, 친자회사 사이에서 상호간에 상당 정도의 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소수의 인원에 대한 일시적인 파견 등의 사정만으로 인적 조직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하여 결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B회사는 구미시, C회사는 평택시에 주소 및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물적 조직도 분명히 구분되고, 나아가 참가인들은 D사와 독립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아왔으며, 계열사 간 비용도 청구·정산해 왔으므로 회계, 재무도 독립적으로 운영되었다.


다. 단체협약 위반에 대한 추가 판단: 부정


① (관련 법리) 법률행위에 따라 작성된 처분문서에 담긴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86287 판결 등), 단체협약 문언의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문언 내용, 단체협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6532 판결 등).


② 단체협약 제41조는 회사의 분할, 합병, 양도 시(제1호) 및 긴박한 경영 악화 시(제2호)에 관하여 고용안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법인의 해산 및 청산에 따른 해고 상황에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③ 단체협약 제47조는 회사가 정리해산 시 적어도 9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사전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해산 결정 자체는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해당하여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0242 판결 등), 위 규정을 해산 결정 자체에 대한 사전 협의 또는 해산 번복을 위한 유예기간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 B회사는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90일 전 이 사건 지회장에게 해산 결정사실을 통보하고 사전 협의를 요청하였으므로 절차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④ 단체협약 제141조는 회사의 존속을 전제로 노동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보충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는 회사의 존속을 전제로 한 조항이므로 이 사건 해산의 경우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자회사와 모회사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를 업무의 종류·성질·목적·수행방식 및 장소의 동일성, 인사 및 노무관리의 통일적 행사 여부,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의 밀접한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한 사례입니다. 단순히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이사 선임 등을 통하여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사정만으로 복수의 법인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각 법인의 인사·노무관리, 의사결정 구조, 계약관계 및 재무·회계가 실질적으로 독립되어 운영되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계열회사 간 해산·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상 절차적 의무(고용안정위원회 설치, 사전협의 등)가 사안에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확인하고 그 절차를 준수할 필요가 있으며, 모회사와의 인적·물적 결합관계가 있더라도 자회사 독자의 이사회 구성, 독자적 계약체결, 독립적 회계·재무 운영 등 자회사의 독자적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복수의 법인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평가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상고하여 현재 상고심 계속 중입니다(대법원 2026두318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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