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자에 대한 촉탁직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면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고, 합리적 이유 없는 재고용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6.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2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2673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시내버스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들(이하 ‘참가인들’)은 원고에서 버스기사로 근무한 사람들로서 E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입니다. 참가인 B와 C는 2022. 2. 9.과 2022. 2. 14.에 각각 정년에 도달하였는데, 원고의 취업규칙은 사원의 정년을 주민등록상 61세 종료일로 정하면서, “업무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된 자는 퇴직 후 촉탁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7. 11. 17.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정년에 도래한 자에 대하여서는 노사합의에 의하여 계약직(촉탁직)으로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날 작성한 단체협약 확약서에도 촉탁직 채용 시 정년퇴직자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을 정하였고, 해당 2017년 단체협약의 효력은 2021. 5. 19. 상실되었습니다. 한편, 원고와 별도의 노동조합인 주식회사 A노동조합은 2020. 11. 24.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정년일 기준 5년 이상 무사고로 장기근속한 근로자가 정년 후 계약직으로 채용될 경우 근로계약기간을 3년으로 한다고 정하였는데, 해당 단체협약은 2022. 4. 26. 위 노동조합 해산으로 그 무렵 효력을 상실하였습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2. 2. 4. 원고에 참가인들의 정년 연장을 요청하고, 연장을 거부하고자 할 경우 계약직으로 근무를 희망하니 이에 대한 회신을 요청하며, 재계약을 거부할 경우 거부사유를 이 사건 노동조합 또는 참가인들에게 서면 통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이하 ‘이 사건 공문’)을 보냈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고, 참가인들의 각 정년 도달일에 참가인들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였습니다. 참가인들은 원고가 정년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촉탁직으로의 재고용을 거절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였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참가인들에게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원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대전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2구합105824 판결)은 참가인들에게 정년 도달 후 재고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가 이를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심(대전고등법원 2025. 1. 9. 선고 2024누11738 판결)은 제1심과 달리, (ⅰ) 원고의 취업규칙상 촉탁직 재고용 규정은 재고용할 수 있는 재량을 정한 것에 불과하고 재고용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이나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ⅱ) 2021년과 2022년에 정년 도래한 근로자 38명 중 약 47%인 18명만이 채용공고 및 응시 절차를 거쳐 정년일로부터 23일 내지 112일이 경과한 후에야 촉탁직으로 채용된 사정 등을 이유로 참가인들에게 정년 도달 직후 곧바로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ⅲ) 설령 그러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참가인들이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은 채 정년일 도래 직후 곧바로 구제신청을 하였고 이 사건 공문의 근거인 2017년 단체협약이 이미 실효된 사정 등을 이유로, 원고가 참가인들의 재고용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심과 달리 참가인들에게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가 이를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①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실시 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해당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② 이처럼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등). 나.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 긍정 ① 원고의 취업규칙 제83조는, 제1항에서 사원의 정년을 주민등록상 61세 종료일로 정하는 한편, 제2항에서 “업무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된 자는 퇴직 후 촉탁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라고 하여 정년퇴직자의 촉탁직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관한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다. ② 2021년과 2022년에 정년퇴직하고 촉탁직으로의 재고용을 신청한 원고 소속 버스기사들 중에서, 참가인들 및 이들과 같은 시기에 정년퇴직한 다른 근로자 1명을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재고용되었으며, 그 이전에도 원고가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신청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재고용되지 않은 위 근로자는 참가인들과 마찬가지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위 근로자에 대한 촉탁직 재고용 거부를 부당해고로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고, 원고는 그 판정에 따라 위 근로자를 촉탁직으로 채용하였다. ④ 원고의 촉탁직 근로자 채용에는 원고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버스기사들과 그 외의 버스기사들이 절차의 구분 없이 채용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는 정년퇴직한 버스기사들을 전원 채용하고 그 외의 버스기사들은 심사를 거쳐 일부만 채용하였다. ⑤ 정년퇴직한 버스기사들 중 일부는 이력서를 새로 제출하지도 않았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정년퇴직자를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때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을 뿐 특별한 자격을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 ⑥ 재고용을 신청한 버스기사들이 정년 도달일부터 평균 70일 정도 지난 후에야 촉탁직으로 재고용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고가 형식적으로 별도의 지원 절차를 거쳐 다시 채용하였음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시간적 간격을 이유로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 재고용 거절의 합리적 이유: 부정 ①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공문을 통해 원고에게 참가인들의 촉탁직 재고용을 요청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거부사유를 통지해달라고 하였으나, 원고는 채용 공고 절차가 예정되어 있다거나 이력서 제출 등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하지 않았고, 아무런 회신 없이 정년 도달을 이유로 참가인들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 원고가 정년퇴직한 다른 버스기사들의 재고용 신청을 예외 없이 받아주면서 참가인들의 요청만 거절해야 할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②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7년 단체협약만을 근거로 하여 원고에게 참가인들의 촉탁직 재고용을 요청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문에 그 근거가 2017년 단체협약으로 명시되지도 않았다. 정년 도달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되리라는 참가인들의 기대권은 원고와의 신뢰관계에 기초한 것이므로, 2017년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원고가 참가인들의 촉탁직 재고용 요청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정년퇴직 후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 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취업규칙상 재고용 근거 규정, 재고용을 신청한 정년퇴직자에 대한 예외 없는 재고용 관행, 유사 사례의 처리 경과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었는지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재고용된 근로자들이 채용공고와 응시 절차를 거쳐 정년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 채용되었다는 사정, 즉 재고용에 형식적인 지원 절차가 수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재고용 기대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형식적인 채용절차의 존재 여부보다 실질적인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는지 여부를 중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정년퇴직자의 재고용을 거절하고자 하는 경우, 단순히 관련 규정이나 단체협약의 문언·효력만을 근거로 재고용을 거절하기보다는 재고용 기준의 충족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를 거치고 그 결과를 근로자에게 성실히 통지하는 절차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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