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사용자만 넓히고 교섭절차는 그대로 뒀다
2026.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28호 (03) 노동칼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현장에서는 경영성과급이 노동쟁의의 대상인지를 비롯한 여러 쟁점을 두고 다툼이 끊이지 않고, 정부도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개별 쟁점이 아니라, 사용자 개념을 넓히면서도 그에 맞는 교섭절차를 함께 손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계약외 사용자의 사용자 지위는 교섭사항마다 달라지는데, 정작 어느 교섭사항에 관하여 사용자인지를 언제 어떤 절차로 어떤 효력을 가지고 확정할 것인지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 공백은 시행령이나 행정지침으로 메우기 어렵다. 아래에서는 교섭절차에 국한하여 세 가지 문제를 살펴본다.
사용자는 넓혔는데 절차는 그대로
개정 노동조합법은 제2조 제2호에 후단을 신설하여,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보도록 하였다. 이른바 계약외 사용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포함한 것이다.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관계 전반에 대하여 사용자 지위를 갖는다. 반면 계약외 사용자는 자신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특정 근로조건에 한하여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교섭절차는 확대된 사용자 개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교섭요구,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교섭창구 단일화 및 교섭단위 결정으로 이어지는 절차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조건 전반을 책임지는 사용자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설계되었다. 사용자 개념만 확대하고 절차를 그대로 둔 결과, 교섭절차의 첫 단계부터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첫째, 교섭요구 단계에서 교섭사항이 특정되지 않는다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때 노동조합의 명칭과 교섭요구일 현재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을 제출하도록 한다. 교섭사항 자체는 기재사항이 아니다. 계약내 사용자만을 전제로 한다면 사용자 지위가 교섭사항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므로 이러한 방식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계약외 사용자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예컨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산업안전에 관한 근로조건은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더라도, 임금이나 인사에 관하여는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 지위가 교섭사항별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교섭요구 단계에서 교섭사항을 서면으로 특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행 시행령에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계약외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특정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계약내 사용자에 대한 기존의 교섭요구 절차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둘째, 공고 여부에 관한 결정만으로는 교섭범위가 확정되지 않는다
교섭요구 사실의 미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에서 노동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공고의무가 있는지 여부뿐이다. 시행령은 원칙적으로 1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하면서, 계약외 사용자에 대한 교섭요구 사건에서는 제14조의3 제3항 단서와 제14조의5 제5항 단서를 통해 한 차례에 한하여 10일의 범위에서 결정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무에서 노동위원회는 여러 교섭사항 가운데 사용자성이 비교적 뚜렷한 일부를 근거로 공고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고 있다. 신속한 절차 진행이라는 관점에서는 수긍할 만한 운영이다.
그러나 공고의무가 인정되었다고 하여 교섭범위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청은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항에 한하여 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할 수 있고, 하청 노동조합은 다른 교섭사항에 대해서도 사용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다툴 수 있다. 결국 교섭은 다시 중단되고, 각 교섭사항에 관한 사용자성 여부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나 형사절차 등 별개의 사건에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심리된다. 정작 다투어야 할 쟁점이 교섭테이블이 아니라 사후 분쟁에서 다루어지는 셈이다.
이 문제는 노동위원회의 심리 방식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현행 시행령(제14조의3 제3항 단서, 제14조의5 제5항 단서)은 계약외 사용자 사건의 결정기간을 최대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공고 시정절차에서 각 교섭사항에 관한 사용자 지위를 주문으로 확정할 근거는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별도의 사용자성 확인절차를 신설하거나, 적어도 노동조합이 특정한 교섭사항별로 사용자성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노동위원회가 그 판단을 주문에 명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결정 이유에만 담긴 사용자성 판단은 독립하여 다투기 어렵다
교섭단위의 분리·통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청이 계약외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성이 부정된다면 그 원청을 상대로 별도의 교섭단위를 정할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위원회가 결정 이유에서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교섭단위 분리신청은 기각한다면, 원청으로서는 사용자성 판단만을 독립하여 다투기 어렵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3항은 교섭단위의 분리·통합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에 제69조를 준용한다. 그러나 사용자성 판단이 결정 이유에만 기재되고 주문은 분리신청 기각에 그친다면, 원청은 그 판단만을 따로 불복할 수 없다. 행정쟁송은 처분의 주문에 따른 법적 효과를 대상으로 하고, 이유에 제시된 판단 자체는 독립한 불복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 중의 판단에는 기속력이 없으니 원청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무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노동위원회가 이미 사용자성을 인정했기에 이후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나 형사절차에서 사실상 유력한 자료로 원용된다. 불복의 문은 닫혀 있는데 판단의 효과는 남는, 가장 불안정한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결정 이유의 판단을 단순히 주문에 옮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섭단위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한 경우에는 그 판단을 별도의 확인결정으로 주문에 표시하도록 하고, 그 결정의 효력과 독립된 불복절차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절차의 공백은 노사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지적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입법 목적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을 실현할 절차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원청은 자신이 어떠한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용자로 인정되는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교섭거부에 따른 법적 위험을 부담한다. 하청 노동조합 역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이끌어 내고도 교섭사항마다 동일한 분쟁을 반복할 수 있다. 절차상 공백은 결국 노사 모두의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킨다.
정부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에 맞추어 시행령을 정비하였으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교섭사항별 사용자 지위를 언제, 어떠한 절차를 거쳐, 어떤 효력으로 확정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성의 실체적 판단기준을 정교화하는 것과 함께, 그 기준을 현장에서 작동시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 현행 | 개정안 |
| 법 제29조의2 (해당 규정 없음) | 제○항 신설 — 노동조합이 제2조 제2호 후단에 해당하는 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려는 경우에는 교섭을 요구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 |
| 현행 | 개정안 |
| 법 제29조의3 (해당 규정 없음) | 제○조 신설 ① 노동조합 또는 사용자는 특정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상대방이 제2조 제2호 후단에 따른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확인을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다. ② 노동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교섭사항별로 결정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한 차례에 한하여 30일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른 결정은 관계 당사자를 기속한다. 그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와 효력에 관하여는 제69조 및 제70조 제2항을 준용한다. ④ 노동위원회가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관한 시정결정, 교섭단위의 분리·통합 결정 등 다른 사건을 심리하면서 제2조 제2호 후단에 따른 사용자 해당 여부를 판단한 경우에는 그 판단을 별도의 확인결정으로 주문에 표시하여야 한다. 관계 당사자는 그 확인결정에 대하여 독립하여 불복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