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챙기면 사용자가 되는 것인가
2026.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28호 (03) 노동칼럼
2025년 9월 9일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다섯 달이 넘었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는, 원청(도급인)이 협력업체(수급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챙길수록 그 수급인 근로자들의 ‘사용자’로 인정되어 원청의 안전보건관리와 개정 노동조합법이 상충되는 점이다.
‘안전 및 보건’의 근로조건에서는 사업장 내의 시설·설비 등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원청의 사용자성이 주로 문제되는 사내도급 관계에서는 그러한 시설·설비를 사실상 원청이 단독으로 지배·관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원청이 자기 소유의 시설ㆍ설비를 지배ㆍ관리함으로써 근로조건으로서의 안전·보건에 관하여서도 실질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도급인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의무 범위에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역시 이에 주목하여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의무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하급심 판결에서도 도급인은 사업장 시설과 관련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지만,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모든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교육·조치 등을 수행하는 것은 어려워 그와 같은 의무는 관계수급인만 부담한다고 해석하였다. 최근의 다른 판결은 더 나아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관계수급인의 근로자 포함)에게 인적·물적 시설이나 장비 등이 충분히 안전하고 건강에 위해를 주지 않는 상태를 유지함에 있고, 관계수급인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작업방법이나 방식, 작업 자세나 행동, 근로자들 사이의 역할 배분 등은 관계수급인의 책임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도급계약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법령의 규정 및 판례를 통하여도 알 수 있듯이 안전보건관리는 시설·설비 등의 물적 요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에 못지않게 근로자의 작업방법 및 숙련도, 작업자세 및 행동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 작업배치(역할 분담), 안전설비 및 보호구의 적정 사용 관리와 같은 인적·관리적 요소도 중요하다. 즉, 작업자의 작업행동이나 방법, 교육 및 역할 분담, 안전설비 및 보호구 사용 등을 규율하는 지침 및 절차 등의 운영과 같은 인적·관리적 요소를 협력업체(수급인)의 영역으로 남겨둔다면, 안전보건의 근로조건이 반드시 물적·환경적 요소를 주관하는 도급인에 의하여 단독으로 지배·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본다.
※ 본 칼럼은 김동현 변호사가 서울경제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서울경제신문, 26.08.15. https://www.sedaily.com/article/20079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