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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체의 포장, 출하 등 협력업체 업무에서 소속 근로자들에게 판재시스템(MES) 사용과 작업정보 제공 등의 사정만으로 근로자 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6.07.27.

노동팀 뉴스레터 제26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2. 선고 2022가합564207·47600·90352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철강 및 비철금속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다수의 협력업체(이하 피고의 과거 협력업체들을 포괄하여 ‘종전 협력업체’)에 피고의 당진공장(이하 ‘당진공장’) 업무 중 일부를 도급해 왔으며, 당진공장 내 사내 하청업체(이하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설립되면서 종전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였습니다.


원고들은 당진공장 내에 본점을 두고 있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입사하여 제철공정에 관하여 원료 기중기, 원료 장입, 산재생설비(ARP), 출하, 슬리브 공급 등의 업무를 수행해 온 근로자들입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소속된 이 사건 각 협력업체와 피고가 맺은 도급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특히 피고가 판재시스템(MES)을 통해 자신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업무지시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근로자지위확인 및 고용의사표시의 이행을 구하고,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임금 차액 또는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이미 정년이 도래한 원고들의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부분은 각하하고, 한편 원고들이 수행한 당진공장 내 하청업무[원료 기중기, 원료 장입, 산재생설비(ARP), 포장, 출하, 전기정비 등] 전반에 대하여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하여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근로자파견관계 해당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나. 근로자파견관계 해당 여부: 모두 부정


원료기중기 업무: (ⅰ) 원고들은 계쟁기간 동안 피고 소속 근로자가 수행한 ‘적재된 원료를 PL/TCM 공정에 장입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그 목적과 범위, 난이도 등에서 피고 직원들의 업무와 구분되는 보조적인 수준에 머물렀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 어렵다. (ⅱ) 원고들은 피고의 업무수행에 관한 상당한 지휘·명령의 근거로, 피고가 당진공장 전체 공정에 대하여 구축한 MES인 ‘판재시스템’을 통해 전체 생산공정을 관리하고 근로자들의 업무를 지휘했으며, 특히 원료기중기 업무의 경우 판재시스템과 더불어 차량형상 인식시스템, 핸디터미널 등을 통한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규모로 전산화된 현대 제조업계에서 업무수행을 위한 정보제공은 통상 판재시스템과 같은 MES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단순히 판재시스템을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서울고등법원 2022.8.19. 선고 2021나2009898 판결 취지 참조). 또한 피고는 판재시스템에 관하여 피고의 직원들이나 이 사건 협력업체의 관리자급 직원에게만 별도 ID를 부여하였는데, 이는 피고가 이 사건 각 협력업체들에 직접생산공정의 핵심 부분이 아닌, 지원 업무나 보조적 성격을 지닌 업무를 주로 도급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ⅲ) 교대조 구성 및 인력 배치 등 역시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그 밖에 파견의 징표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원료장입 업무: (ⅰ) 일부 원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가 수행한 ‘원료장입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원고가 계쟁기간 동안 원료장입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하였는지도 알 수도 없다. (ⅱ) 또한 판재시스템에 나타난 작업지시서 등의 경우,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도 어려우므로 원료장입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ⅲ) 오히려 피고는 ‘PL/TCM 공정에 대한 장입 업무는 피고 근로자들이 수행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원료 장입 준비 업무만을 수행하였으며, 판재시스템을 통하여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위 원고는 이를 탄핵하기 위한 별다른 주장·증명을 하지도 않았다.


ARP 업무: (ⅰ) 일부 원고들은 자신들이 ARP 업무를 담당하였고, 피고가 판재시스템을 통하여 위 원고들을 감독하였으며, 피고가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ⅱ) 그러나 계쟁기간 동안 원고들의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역과 업무수행 방식을 알기 어렵고, 원고들의 구체적인 ARP 업무수행 내역을 알 수 있을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ⅲ) 한편 판재시스템의 존재만으로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인정하기 어렵고, 제출된 모니터 화면에 업무수행에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피고의 구체적인 지시·감독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 실무자들이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반장에게 염산 농도와 ARP 가동 현황에 따른 대응 업무를 요청하기는 하였으나, 이것이 도급인으로서의 지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이상, 이러한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의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ⅳ) 또한 ARP는 직접생산공정과 떨어진 장소에 위치해 있고, ARP 근로자들과 피고의 근로자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


포장 업무: (ⅰ) 일부 원고들은 자신들이 석도 강판 등 완제품 포장과 목재 팔레트를 제작하는 포장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ⅱ)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포장 업무를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하였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거의 제출되지 않았다. (ⅲ) 한편 판재시스템에서 조회되는 작업지시서 등의 경우, 구체적인 포장 규격과 종류를 알려주는 것은 일의 완성을 위하여 필요한 정보제공으로 보일 뿐이다. 오히려 피고는 당진공장 준공 이후 직접 포장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고, 이 사건 협력업체가 종전 협력업체로부터 포장 업무를 인수한 이래로 계속 포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적지 않은 전문성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업무수행에 관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인정하기 어렵다. (ⅳ) 피고의 직원들과 포장업무 근로자들 사이에 대체근로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담당한 업무도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었으므로, 원고들이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ⅴ) 피고가 원고들의 배치나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고, 오히려 이 사건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근로자를 선발하고 배치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선발이나 근태관리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출하 업무: (ⅰ) 일부 원고들은 완제품 상태의 코일을 운송차량에 적재시키는 출하업무를 하였고, 피고가 판재시스템의 물류관리 프로그램, 작업표준서와 매뉴얼, 카카오톡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ⅱ) 그러나 원고들이 계쟁기간에 실제로 출하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여부 및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식을 알기 어렵다. (ⅲ) 출하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판재시스템의 상차지시조회 항목 등에서 조회한 정보를 토대로 출하 업무를 수행하였을 여지는 있으나, 그 접근 권한은 관리자급 직원에게만 부여되었고, 판재시스템에 나타난 지시사항을 확인했어도 출하현장의 업무수행 현황에 따라 원고들이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 또한 카카오톡과 업무요청 통화 녹취록의 내용을 살피더라도, 그 내용은 빠르고 효율적인 출하업무 수행을 위하여 이루어진 업무상 소통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더 나아가 사용사업주의 구속력 있는 지휘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업무수행에 관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인정하기 어렵다. (ⅳ) 또한 출하업무와 생산공정의 소요시간, 작업결과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볼만한 사정 등 그 밖에 파견의 뚜렷한 징표를 발견하기 어렵다.


슬리브 업무: (ⅰ) 일부 원고들은 자신들이 판재시스템에 나타난 슬리브의 규격과 공급시각을 확인하여 PL/TCM 공정에 공급해 주는 슬리브 업무를 하였고 피고가 휴대전화 통화로 업무를 지시하였다고 주장한다. (ⅱ) 그러나 위 원고들의 실제 업무수행 내용과 방식을 알 수 있는 별다른 증거가 없고, 판재시스템에 나타난 작업지시서는 구체적인 내용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ⅲ) 제출된 통화 녹취록 역시 업무상 필요에 따른 소통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고, 그와 같은 단편적인 통화만으로는 사용사업주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상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ⅳ) 그 밖에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작업배치권이나 근태관리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


칼라입고장입 업무: (ⅰ) 일부 원고는 ‘칼라입고장입’ 업무를 수행하였고 판재시스템에 나타난 작업지시서 및 카카오톡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ⅱ) 그러나 위 원고가 어떤 업무를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하였는지 알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ⅲ) 판재시스템에 작업지시서 조회 화면이 있기는 하나, 그 구체적인 내용을 쉽게 알기 어렵고, 위 원고가 실제로 해당 화면에 접근할 권한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위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도 불분명하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조율 또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며, 그와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교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측 직원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지휘·명령을 행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칼라믹싱 업무: (ⅰ) 일부 원고는 ‘페인트와 신너를 믹싱하는 작업’을 수행하였고 판재시스템에 나타난 작업지시서 및 카카오톡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ⅱ) 그러나 위 원고가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 (ⅲ) 판재시스템에 나타난 작업지시서 조회 화면만으로 사용사업주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음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고, 카카오톡 메시지 역시 대화 참여자를 전부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칼라믹싱 업무와 관련된 정보 공유 내지 단편적인 지시에 불과할 뿐이다.


전기정비 및 롤샵 업무: (ⅰ) 일부 원고들은 각각 전기정비, 롤샵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한다. (ⅱ) 그러나 위 원고들이 전기정비 업무를 담당하였다거나, 정확한 롤샵 업무수행 내역과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식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ⅲ) 전기정비 및 롤샵 업무는 직접생산공정과 구분되는 유지·보수 업무에 해당하고, 원고들의 주장취지에 따르더라도 피고 직원들이 난이도 높은 주된 업무를 수행한 반면, 원고들은 비교적 간단하고 보조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정비 및 롤샵 업무가 피고의 주된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ⅳ) 그 밖에 피고가 근로자 투입 및 배치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최근 제조업 사내하도급 관련 불법파견 소송에서는 원청이 구축한 전산관리시스템이나 단말기를 통한 정보 제공이 원청의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투어지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6. 3. 25. 선고 2024나2051647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나 현대 제조업에서 원·하청 간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생산관리시스템(MES, ERP 등)의 성격을 도급 목적 달성을 위한 정당한 정보 제공망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즉, 원청의 생산관리시스템이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작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시스템이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의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특히 제공되는 시스템 화면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서 작업의 내용을 직접 변경하거나 통제할 정도의 지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도급인으로서 행할 수 있는 정당한 지시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 법원은 과거에 비해 불법파견 성립 여부를 공정별, 업체별, 근로자별, 근무기간별로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대상판결에는 원고들이 공정별로 불법파견에 부합하는 사실관계를 충분히 주장하거나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지적한 대목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는 향후 불법파견 여부를 다투는 분쟁에 있어서, 단순히 시스템을 공유했다는 정황을 넘어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는 기간 동안 각 공정별로 원청의 실질적인 지휘·명령이 있었는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해 내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실무상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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