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근로자가 감전으로 사망한 사고와 관련하여, 배전공사를 도급한 공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하여 그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
2026.07.27.
노동팀 뉴스레터 제26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수원고등법원 2026. 5. 14. 선고 2025나12748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 A공사는 전력자원의 개발과 발전·송전·변전·배전 등을 영위하는 공기업이고, 피고 B는 피고 A공사 지사의 전력공급파트에서 근무하던 사람입니다. 원고들은 피고 A공사가 도급한 공사에서 감전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이하 ‘망인’)의 단독상속인인 친모와 누나입니다.
피고 A공사는 관할지역 내 배전공사를 전문회사에 도급하여 왔는데, C회사와 D회사는 각각 위 관할지역 내에 있는 서로 다른 지역의 배전공사를 피고 A공사로부터 도급받아 각 배전공사를 담당하였습니다. 망인은 D회사 소속 근로자입니다.
피고 A공사는 신규 고객사로부터 전기사용 신청을 접수받으면 C회사에 신규 송전을 위한 개폐기 투입을 요청하고, 이에 따라 C회사가 설비 점검 및 송전까지의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력공급을 진행하여 왔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A공사가 E회사로부터 오피스텔 공사현장 변압기로 들어가는 신규 송전 신청을 접수받자, 피고 B는 해당 지역의 배전공사를 담당하던 C회사에 신규 송전을 위한 개폐기(COS) 투입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C회사의 현장소장은 다른 지역의 공사로 인해 이 사건 작업의 진행이 어렵게 되자, 피고 A공사나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지 아니한 채 임의로 D회사의 현장소장에게 이 사건 작업을 대신 진행해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D회사의 현장소장은 이를 승낙하였고, 이에 따라 D회사 소속 근로자인 망인이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망인은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던 중 고압(22.9k흥천면) 충전부에 근접·접촉하여 감전되었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패혈증 쇼크 등으로 사망(이하 '이 사건 사고')하였습니다.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D회사와 그 현장소장 등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고전압 절연용 장갑 등 절연용 보호구를 지급하는 것, 작업계획서 작성 및 그 내용을 작업자에게 설명하는 것, 2인 1조로 작업조를 편성하여 그중 1인을 지상에서 감독하게 하는 것, 접근한계거리를 유지하게 하는 것 등)를 취하지 않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유죄판결 선고받았고(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4. 1. 8. 선고 2023고단925 판결), 위 판결은 검사의 항소가 기각됨에 따라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들과 D회사 등을 상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피고 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제2조 제10호에서 정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에서 정한 '도급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다투었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피고 A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지위에 있고 피고 B도 현장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아, 피고들의 공동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망인의 과실을 참작하여 그 책임을 80%로 제한하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5. 6. 25. 선고 2022가단10387 판결). 이에 대해 피고 A공사와 피고 B만이 항소하였고, D회사 등 제1심 공동피고들에 대한 부분은 제1심 공동피고들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대상판결은 제1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 A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지위에 있다고 보아 피고들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 중, 피고 공사가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해당 여부의 판단 기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제2조 제7호 단서),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라고 정의하는 한편(제2조 제10호),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하여 별도의 조항에서 산업재해 예방 조치의무를 부과하고(제67조) 그 위반행위를 과태료 부과의 대상으로 정하였다(제175조 제4항 제3호). 이에 따르면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 중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는 도급인에 해당하여 그 근로자의 사망에 관하여 개정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자는 위와 같은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도급과 관련한 안전·보건조치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규정의 해석에서는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 체계나 입법경위와 함께, 개정법상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수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중첩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제167조에서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은 종래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한정적으로만 인정하고 그 의무위반에 대하여도 제한적으로 형사처벌하던 것에 비하여, 의무 인정 범위를 확대함과 함께 그 위반의 결과인 사망사고에 대한 도급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여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는 점, 다만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의 경우 그 특수성을 감안하여 도급인의 범위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에 한정한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위와 같은 사항과 함께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라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 피고 A공사의 도급인 해당 여부(긍정)
① 이 사건 작업은 발전·송전·변전·배전 사업을 담당하는 전기사업자인 피고 A공사의 주된 사업목적 수행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이다.
② 피고 A공사는 이 사건 작업과 같은 특고압 배전공사와 관련하여 업무처리기준, 안전작업수칙 등 다수의 지침을 직접 작성하고 운영하면서 스스로 준수의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일부를 전문회사와의 도급계약에 편입시켜 전문회사들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문회사가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해지 등의 불이익을 가할 수 있고, 이에 관한 광범위한 시정·제재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
③ 이 사건 작업의 대상인 개폐기는 피고 A공사의 자산으로 피고 공사의 사업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고, 신규 송전 공사는 피고 A공사가 조작지시서를 전문회사에 보내야 개시되며, 작업 완료 후에는 피고 A공사 직원의 계량기 봉인을 거쳐야 완료된다. 이를 위해 피고 A공사의 직원이 현장에 대기하게 되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피고 A공사 직원인 피고 F가 이 사건 현장에 있었다. 위와 같이 피고 A공사의 직원은 현장에서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지는 않더라도 실제 공사의 개시·종료를 결정하였다.
④ 피고 A공사는 자본금이 3조 원이 넘는 거대 공기업인 반면, 망인이 속한 D회사는 자본금 약 4억 1,000만 원의 소규모 기업이다. 또한 피고 A공사의 지사에는 실질적으로 이 사건 작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 A공사는 배전공사 등에 필요한 전기공사업 등록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인지 여부는 형식적인 시공자격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이 사건 작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피고 공사의 역할과 지위, 이 사건 작업에 대한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전기공사업 미등록이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기는 부족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약의 형식이 아닌 작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주된 요소로 고려하였습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민사상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형사사건에서 정립된 법리(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이 위험 작업을 도급하고 그 공정 관리나 기술 지도, 안전 감독 등의 형태로만 수급인의 업무 수행에 관여해 왔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작업 관련 지침을 작성하고, 공사의 개시·종료를 결정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면 단순히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피고 A공사 소속 피고 F가 이 사건 작업 당시 현장에 있으면서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지는 않더라도 실제 공사의 개시·종료를 결정하였고, 피고 A공사의 지사에 실질적으로 이 사건 작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존재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 A공사가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도급관계에 있는 전문회사(C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D회사) 소속 근로자가 무단으로 작업에 투입되었고, 피고 A공사가 필요한 전기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도급인으로서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의 범위는 해당 작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는지 여부를 규범적으로 판단하여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관리·감독 형태로 도급 작업에 관여하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작업에 관여하는 정도와 방식을 확인하여 도급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원·피고 모두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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