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기한을 정하지 아니한 채 매월 70% 이상의 급여를 삭감하는 대기발령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6.07.27.
노동팀 뉴스레터 제26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6두30358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인삼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품목조합으로, 경제사업의 일환으로서 A마트(이하 ‘이 사건 마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원고에 입사하여 원고 조합장 휘하에서 전무의 직위로 근무하던 사람입니다.
원고의 신임 조합장 B가 취임한 이후, 원고는 이 사건 마트에 관한 특명감사(이하 ‘이 사건 특명감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특명감사 결과 참가인을 포함한 11명의 근로자가 배달취소, 품목삭제, 반품거래 등의 방식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취득하는 부적정 업무행위(이하 ‘이 사건 문제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고, 원고 조합의 중앙회(이하 ‘중앙회’)에 사고보고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문제행위와 관련하여 원고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참가인에게 직권정지 및 자택 대기발령(발령일자 2023. 8. 31., 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을 명하고 이를 공지하였습니다.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인해 참가인의 총 급여는 6,913,170원에서 1,823,400원으로 삭감되었고, 매월 급여의 약 70% 이상이 감액되었습니다.
참가인은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하여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나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근로자가 수인하여야 할 정도를 벗어나 부당하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초심판정과 동일한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습니다.
한편 중앙회는 사고보고 이후 이 사건 문제행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원고에게 통보하였고, 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참가인에 대한 징계양정을 ‘징계해직’으로 의결하여 원고에게 통보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문제행위에 관한 중앙회의 감사결과 및 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의 징계양정을 고려해 2024. 4. 1. 참가인에 대한 징계해직을 의결하고, 이를 참가인에게 통보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과 원심은 이 사건 문제행위에 관한 중앙회의 감사 및 징계절차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사고 확대의 방지를 위해 참가인을 업무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급여 삭감 등과 같은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과중하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참가인과 어떠한 협의절차도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 1. 23. 선고 2024구합6248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1. 15. 선고 2025누6176 판결).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원고의 상고는 심리불속행기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확정된 제1심 및 원심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비롯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따라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고,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이러한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대기발령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이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등).
나.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 인정
① 원고 인사규정은 '중대한 부정, 불상사고가 발생하여 사건의 확대를 방지하고 수습하기 위하여 행위자 또는 관련자의 직권 또는 직무의 정지가 필요할 때나 사고 등의 행위자 또는 관련자가 증거를 소멸시킬 우려가 있을 때 4급 이상 직원에 대하여 직권정지를 명한다'고 정하고 있고, 직권정지를 명하였을 때 직위 또는 직무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대기발령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② 이 사건 문제행위에 관한 중앙회 감사와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추가 조사와 사고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참가인을 직무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었고, ‘전무’의 직위에 있던 참가인이 그대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아니하였다.
③ 이에 대해 참가인은, 조합장 B에 의한 이 사건 특명감사의 의도가 부적절하고, 참가인에게 소명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특명감사에 관하여 다투고 있으나, 중앙회 감사에서도 참가인이 1,280만 원 가량의 물품을 이 사건 마트에서 횡령하였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리고 참가인 스스로도 위 감사결과 자체가 부당하다고 다투고 있지는 아니한바, 이 사건 특명감사가 부적절한 의도에 기하거나 부당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다.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 통상 수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남
①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참가인의 매월 총 급여는 약 70% 이상 감소하였고, 참가인은 근로자로서 출근조차 할 수 없는 불이익까지 받게 되었다.
② 원고는 다른 조합에 비하여 기본급의 비중이 낮고 자격급·직책급 등의 비중이 높은 급여구조를 취하고 있어 대기발령에 따른 급여 삭감 비율이 다른 조합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고로서는 이와 같은 기준에 따른 참가인의 불이익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대기발령 여부를 결정하였어야 한다.
③ 참가인의 권한을 배제하거나 전무 직위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더라도, 이는 직권정지만을 취하거나 참가인을 다른 직위로 변경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였고, 그러한 방법만으로 조사 및 사고 확대 방지에 불충분하였다고 볼 근거도 없다.
④ 이 사건 대기발령은 기한의 정함이 없고, 참가인에 대한 징계해직은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약 7개월이 경과하여서야 이루어졌다. 그런데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징계절차 특성상 그 정도 시간의 소요는 부득이한 일이라는 것인바, 그렇다면 이 사건 대기발령 시점부터 대기발령이 그와 같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견가능하였다는 사정 또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근로자로서 감내하여야 할 정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한다.
라. 원심에서 추가된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① 원고는 참가인이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결정을 받아 요양급여를 받게 되었으므로 대기발령으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이 과중하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그 요양결정은 대기발령 이후 참가인이 겪은 정신적 고통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바, 이를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생활상 불이익이 과중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
② 원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이 합리적인 범위의 기간 동안 이루어졌고, 참가인으로서는 대기발령 이후의 절차진행 및 대략적인 대기발령 기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③ 그러나 중앙회 감사가 완료된 2023. 10.경에는 이 사건 문제행위에 대한 조사가 대부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참가인을 업무에서 배제할 필요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고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기발령 기간을 전혀 정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대기발령을 유지하였고, 이로 인해 참가인은 상당히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대기발령이 합리적 범위의 기간 내에서 이루어져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대기발령의 정당성이 업무상 필요성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교량을 통해 판단된다는 기존 법리(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를 재확인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 대기발령으로 인해 총 급여가 매월 70% 이상 삭감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러한 급여의 삭감이 내부 규정에 근거한 것이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기발령의 기간이 기한의 정함 없이 약 7개월간 대기발령을 유지하였다는 점, 직권정지나 다른 직위로의 변경과 같이 근로자에게 덜 불리한 수단으로도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여부도 생활상 불이익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로 함께 고려하였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대기발령과 같은 인사명령을 할 때, 해당 인사 명령이 내부 규정에 근거한 것인지 여부만을 형식적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변동의 폭, 해당 인사발령으로 인한 지위 불안정이 지속되는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을 할 때 대상 근로자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대기발령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 가급적 인사명령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