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동안 무단결근했는데 부당해고라고?
2026.07.27.
노동팀 뉴스레터 제26호 (03) 노동칼럼
1. 들어가며
근로자는 근로계약상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상태에 둬야 하는 의무, 즉 근로제공의무를 부담한다. 대법원은 무단결근을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자의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봐 이것이 채무불이행이 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해고사유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9901 판결 등).
위 법리에 따를 때 언뜻 보면 무단결근 일수가 길어질수록 비위의 중대성도 커지므로 무단결근 일수에 비례해 징계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원은 무단결근의 원인, 조직 질서에 미치는 영향, 사용자의 대응 태도 등에 따라 단 2~3일의 무단결근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기도 하고, 반대로 수십 일간의 무단결근에도 불구하고 해고가 과도하다고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단결근 자체보다 근로자가 무단결근에 이른 경위가 정당했는지가 더 첨예하게 다퉈지기도 한다.
아래에서는 무단결근 유형별로 유의미한 판결을 살펴보고, 실무상 유의사항을 정리해 본다.
2. 근로자의 업무태만에 기인한 무단결근
무단결근이 근로자의 업무태만, 즉 고의적인 근로제공 거부에 기인한 경우, 대법원은 단 3일간, 하급심은 단 2일간의 연속된 무단결근에 대해서도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시외버스 운전사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채 3일간 무단결근한 사안에서 이로 인해 버스가 결행돼 회사가 승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운임 상당의 손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신뢰가 훼손된 점, 그럼에도 해당 운전사는 경위서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점, 취업규칙에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사업의 위신을 추락시킨 경우 해고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해고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3119 판결).
하급심 역시 2일간 연속해 무단결근한 시내버스 운전사에 대한 해고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는데, 시내버스 결행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회사의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점, 그럼에도 징계위원회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한 점 등이 고려됐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8. 선고 2020가합551016 판결, 확정).
3. 근로자가 의식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무단결근
한편 무단결근을 근로자의 악의적·의식적 근로제공 거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 이를 단순히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라고 판단하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는지, 해당 근로자가 실제로 당시 정상적인 출근이 가능했는지를 징계양정 시 함께 고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근로자가 정신질환을 이유로 결근한 경우를 들 수 있다.
가령, 근로자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내부규정에 따른 휴직신청을 거치지 않고 7일간 무단결근한 사안에서 법원은 해고사유 자체는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무단결근이 우울증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 및 당시 근로자가 정상적인 근로제공이 가능한 상태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징계양정에서 참작해야 한다고 봐 해고처분은 과다하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2. 9. 30. 선고 2021구합75931 판결, 확정).
반면 근로자가 적응장애를 이유로 산재요양 및 질병휴가를 사용한 후에도 장기간 무단결근한 사안에서 법원은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가 출근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해 약 11차례에 걸쳐 출근을 독촉한 점, 실제로 해당 근로자가 휴업이 필요할 정도로 근로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해고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5. 2. 13. 선고 2023구합85970 판결, 확정).
4. 사용자의 인사처분에 대한 항의 수단으로서의 무단결근
근로자가 사용자의 인사처분에 대한 반발 내지 항의의 목적으로 무단결근을 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무단결근 행위 자체의 위법성에서 더 나아가 무단결근의 원인이 된 사용자의 인사처분의 정당성이 복합적으로 다퉈지는 경우가 많다. 즉 법원은 사용자의 인사처분이 정당한지, 무단결근이 항의 수단으로서 적정한지 혹은 불가피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다.
가령, 근로자가 사용자의 현장 사무실 발령에 반발해 본사로 출근한 사안에서 법원은 전직처분이 무효가 아니라면 근로자로서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설령 근로자가 인사발령에 항의하는 취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본사로 출근한 행위는 무단결근에 해당하며, 항의의 수단으로서는 너무 지나쳐 적정하지 못하다고 봐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9. 12. 13. 선고 2019누46185 판결, 확정).
반면,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가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사로부터 복귀를 강요받아 형사 고소 등의 갈등을 겪은 가운데 휴직기간이 도과한 후에도 75일간 무단결근한 사안에서는 근로자가 무단결근한 잘못은 있으나 위 갈등에 있어서 근로자보다는 사용자의 귀책이 더 크다고 보이는 점, 사용자 역시 최초 무단결근일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출근을 요청한 점, 당시 형사상 분쟁 상황상 근로자로서는 출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해고양정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19. 10. 18. 선고 2018구합89916 판결, 확정).
특히,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근로자 등이 사용자의 보호조치 미실시 등에 반발해 무단결근하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르면 사용자는 조사기간 동안 필요한 경우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고 이때 피해 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되며(제3항),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 근로자 요청 시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제4항).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 근로자의 출근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위와 같이 사용자의 보호조치 의무가 법률상 규정돼 있는 만큼, 피해 근로자 등의 무단결근 시 사용자의 보호조치 미흡 여부가 함께 문제될 소지가 크다.
이에 관한 사례로서,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후 심의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에도 장기간 무단결근한 사안에서,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른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고려하더라도, 해당 근로자는 적어도 심의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부터는 정상적으로 출근했어야 함에도 출근하지 않은바, 무단결근을 정당화할 수 없어 해고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전지방법원 2024. 7. 11. 선고 2023구합919 판결, 확정).
5. 사용자의 근태 관리가 소홀했는지가 문제되는 경우
근로자는 내부규정에 따라 근태관리 담당자에게 사전에 결근을 승인받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더라도 최소한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러한 정식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결근은 원칙적으로 모두 무단결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명시적인 승인을 받지 않았더라도 사용자가 인력운용을 느슨하게 했거나 장기간 노무관리를 소홀히 했다면 이러한 사정이 징계양정 시 감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근로자가 4일간 작업장에 사복을 걸어 놓아 출근한 것으로 오인하도록 한 뒤 결근해 가족 여행을 간 사안에서 법원은 무단결근 기간이 4일로서 짧지는 않으나, 사용자의 느슨한 인력운용 내지 노무관리 관행이 해당 근로자의 일탈행위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고, 사용자 측의 철저한 노무관리가 병행된다면 해고보다 더 가벼운 징계처분만으로도 무단결근 행위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봐 해고처분은 그 양정이 과다해 무효라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1. 선고 2014가합501904 판결, 확정).
반대로, 사용자의 관리가 일부 미흡했더라도 근태에 관한 정식 승인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해 무단결근에 대한 해고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결도 확인된다. 사용자가 장기간 무단결근 중인 근로자에게 단 한 차례 무단결근에 대해 소명할 것을 요청한 사안에서 법원은 해당 근로자가 사전에 명시적·묵시적 승인 없이 출근조차 하지 않은 이상 무단결근이 성립하며, 사용자가 장기간 업무 내용이나 근무 형태에 관해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거나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러한 판단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봐, 해고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서울고등법원 2024. 4. 26. 선고 2023누42500 판결, 확정)
6. 나가며: 실무상 유의사항
이처럼 무단결근은 그 유형별로 징계해고의 정당성이 달리 판단되고 있으며, 때로는 무단결근을 근로자의 전적인 책임으로 볼 것인지, 사용자의 책임도 있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사용자로서는 실무상 아래와 같은 사항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취업규칙 등 내부규정에 무단결근 행위를 엄정하게 징계처분한다는 점을 명시한다. 가능하다면 각 사업장의 작업환경, 근무형태 등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해고사유(예를 들어 연속 7일, 월 10일 이상의 무단결근)를 정하는 것이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둘째, 무단결근의 경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 만약 무단결근이 개별 근로자의 단순 일탈이나 업무태만에 기인한 것이라면 비교적 단기간의 무단결근에 대해서도 중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반면, 근로자가 의도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것인지가 불분명하거나, 사용자의 선행된 인사처분의 정당성이 함께 문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징계 여부나 징계양정 판단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장기간의 무단결근에 관해 사용자의 관리 소홀 등이 인정돼 징계감경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근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무단결근 행위가 발견되는 '즉시' 내부규정에 근거해 정식으로 경고하고 출근을 지시한 후 이러한 자료를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넷째, 사용자가 일부 근로자의 무단결근 사실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급여를 지급하거나 방치한 경우, 이는 해당 근로자뿐 아니라 다른 무단결근자에 대한 징계처분 시에도 징계형평상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근로자들의 무단결근 행위에 대해서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조치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손아영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6년 6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9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