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단순히 날씨가 아니라 중대재해 리스크다
2026.07.27.
노동팀 뉴스레터 제26호 (03) 노동칼럼
올여름 산업안전 분야에서 가장 시의성 있는 쟁점은 폭염이다. 기상청은 2026년 5월 22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고 고용노동부는 같은 달 13일 폭염을 '기후 재난'으로 규정하며 2026년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 시행을 발표했다. 폭염은 더 이상 계절적 불편이나 현장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작업조건으로서 관리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요인이 되었다.
이 변화는 법령에서 이미 구체화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작업장소에서의 장시간 작업을 폭염작업으로 정의하고 사업주에게 냉방·통풍을 위한 온도·습도 조절장치 설치·가동, 작업시간대 조정 등 폭염 노출 저감조치,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중 하나 이상의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장소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더우면 쉬게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체감온도와 작업시간을 기준으로 구체적 의무가 발생하는 구조다.
같은 규칙은 폭염작업이 예상되는 장소에 온·습도 측정기기를 상시 갖추고 근로자에게 온열질환 증상과 예방조치, 응급조치 요령을 작업 전에 미리 알리며 폭염작업이 이루어진 날에는 측정한 체감온도와 조치사항을 일자별로 기록해 해당 연도 말까지 보관하도록 정한다. 열사병 등 건강장해가 발생했거나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폭염 관리는 물과 그늘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측정·고지·기록·응급대응까지 이어지는 관리체계로 보아야 한다.
올해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상특보 체계의 변화다. 기상청은 2026년 6월 1일부터 기존 폭염주의보·폭염경보를 넘어서는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한다. 폭염중대경보는 폭염경보 수준의 지역에서 일최고체감온도 38도 또는 일최고기온 39도 이상이 하루만 예상되어도 발표된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맞춰 체감온도 38도 이상 시 옥외작업 중지 권고가 철저히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상특보가 단순한 참고정보가 아니라, 작업시간 조정·옥외작업 중지·인력 재배치 판단의 직접적인 기준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감독도 이미 올 여름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5월 26일 보도자료에서 6월 1일부터 12일까지 건설·조선·물류 등 폭염 고위험사업장 1000개소를 대상으로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점검하고, 6월 15일부터는 본격 감독체계로 전환해 법 위반 사항을 사법처리 등으로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50인 미만 폭염 취약 소규모 사업장에는 이동식 에어컨 등 재정지원을 280억 원으로 확대하고 민간재해예방기관을 통한 기술지원도 14만 개소 규모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폭염 대응은 권고나 캠페인이 아니라, 감독과 지원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실무상 가장 먼저 정비해야 할 것은 책임의 위치다. 온도 측정은 누가 하는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휴식시간은 누가 승인하고 확인하는지, 돌관작업이나 납기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도 작업중지 판단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건설·조선·물류·택배처럼 옥외작업이나 환기가 어려운 실내작업이 많은 업종에서는 휴게시설과 이동식 냉방장치, 보냉장구가 실제 투입 인원과 작업 동선에 맞게 배치되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라면, 원청의 작업 조정과 보호조치 확인 역시 분리해서 볼 수 없다.
폭염 대책은 거창한 문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날의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작업을 다시 배치하는 일이다. 오전과 오후의 위험이 다르고 그늘이 있는 구역과 없는 구역의 위험이 다르며 같은 기온이라도 습도와 복사열, 보호구 착용 여부에 따라 체감 위험은 달라진다. 현장에서는 작업 전 체감온도 확인, 2시간 이내 20분 휴식 이행, 음료와 냉방장치 제공, 보냉장구 지급, 온열질환 의심 시 119 신고라는 기본절차가 작업계획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산업안전은 추락과 끼임 같은 전통적 위험만이 아니라 더위라는 환경위험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까지 포함한다. 폭염은 예측 가능한 위험이고 예측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효성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올여름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은 사고가 난 뒤 작성한 보고서가 아니라 폭염특보가 내려진 그날 작업을 어떻게 멈추고 바꾸었는지에서 드러날 것이다.
※ 본 칼럼은 윤성현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6.06.05.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8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