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자료

간행물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본 사례

2024.09.30.

[노동팀 뉴스레터 제6호]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7. 5. 선고 2023구합74604 판결


1. 사안의 개요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은 노동조합 규약의 위임을 받은 전결규정에서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해 집단탈퇴가 불가하다’고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하여, 하부조직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조직형태를 산별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것을 금지하였습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금속노조에게 이 사건 조항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조직가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에 위반하는 노동조합 규약이므로, ‘하부조직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규약을 적법하게 시정하라’는 명령(이하 ‘이 사건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금속노조는 이 사건 시정명령은 (i) 노동조합의 규약에 해당하지 않는 이 사건 조항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ii) 시정명령의 근거 조항인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 및 이 사건 시정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반되며, (iii) 이 사건 조항은 하부조직이 해당 총회를 통해 집단탈퇴 또는 조직형태 변경을 할 수 없다는 일반적·선언적 내용이므로 노동조합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이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정명령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시정명령의 대상 여부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의 규약에는 기본규약 외에 부속규정도 포함될 수 있고, 명칭과 관계 없이 자치적 법규범으로서 국가법질서 내에서 법적 효력을 갖는 경우라면 시정명령 대상이 노동조합의 규약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 조항은 해당 단위 조합원의 집단탈퇴 등 지위 변동에 관한 것으로 시정명령의 대상인 노동조합의 규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 및 이 사건 시정명령이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반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 및 이 사건 시정명령이 결사의 자유 협약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 역시 헌법 제37조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서는 안된다.


②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의 내용이 규약을 작성할 단체의 권리에는 어떠한 제한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더라도, ‘규약을 작성할 수 있는 단체의 권리’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제한이 부과될 수 있고, 국가는 노동조합의 규약이 국내법에 따라 작성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으며, 조직구성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단체의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경우에는 행정당국이 규약에 관하여 간섭할 수 있다.


③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이 근로자 단체 등이 규약을 작성할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이와 같은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간섭이라고 볼 수 없다.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에 따른 행정청의 시정명령은 사전심사가 아닌 사후적인 통제수단이고, 행정청의 시정명령이 과도하거나 자의적 간섭에 해당하는 경우 시정명령을 받은 노동조합은 법원에 시정명령의 취소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위헌법률심판신청 등 독립된 사법기관을 통해 행정명령이 시정명령의 근거로 제시하는 노동관계법령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 다툴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④ 이 사건 시정명령은 결사의 자유 협약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시정명령은 일괄적으로 노동조합의 하부 조직의 해당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 내지 조직형태 변경을 금지하는 이 사건 조항을 시정하도록 하여, 근로자 내지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 등을 갖춘 하부조직이 노동조합의 규약에 따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단결권 등 권리를 행사하고 단체를 운영하거나 활동을 조직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다. 이 사건 조항의 노동조합법 위반 여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조항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조직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고, 지부 등의 총회를 통한 조직형태 변경을 제한하는 것으로 노동조합법 제5조제1항 및 제16조제1항제8호에 반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는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에 비추어 당연하다. 노동조합법 제5조제1항은 노동조합 조직 및 가입의 자유에 관한 일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8호는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여 조직형태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②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분회·지회 등의 하부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어 법인 아닌 사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그 소속을 변경하고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원고 산하 지부 등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거나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어 법인 아닌 사단에 해당하는지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 내지 독립성을 갖춘 지부 등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부인하는 것으로, 노동조합법 제5조제1항 및 제16조제1항제8호에 반한다.


③ 원고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독립성을 갖춘 지부 등을 제외한 나머지 지부 등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조항은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불가”하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해당 단위 총회의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내용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위 문언 내용만으로 독립성을 갖춘 지부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적용할 여지가 없다. 더욱이 이 사건 조항은 2016. 2. 19. 대법원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부터 있던 규정이고, 이 사건 규약 등 전체의 맥락에서 보더라도, 원고가 조합 내부를 통제하기 위하여 하부 조직인 지부 등의 해당 총회를 통한 조직변경을 금지한 것으로 보인다. 


3. 의의 및 시사점


금속노조의 특정 지회가 2022년말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하자, 금속노조가 이 사건 조항 위반을 이유로 해당 지회 임원을 제명하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고용노동청은 이 사건 조항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였고, 법원은 이 사건 시정명령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상판결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규약으로 독립성을 가진 지회의 노동조합 조직형태 변경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4누53019호) 계속 중입니다.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