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회사의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자동차 제조회사 사업장에 파견되어 물류, 방청, 부품 포장 등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들이 자동차 제조회사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본 사례
2024.09.30.
[노동팀 뉴스레터 제 6호]
대상판결 :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다244894·244900 등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부평, 군산, 창원 등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또는 위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이하 위 협력업체들을 포괄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에 입사하여 피고의 부평, 군산, 창원공장에 파견되어 물류, 방청, 부품 포장(KD)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와 지속적으로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로 하여금 피고의 물류, 방청, 부품 포장(KD)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협력업체가 피고와 체결한 도급계약은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의 실질은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며,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지위 확인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 (긍정)
먼저 대상판결은 원심이 다음과 같은 이유를 근거로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에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이 담당할 공정에 관하여 자동차생산계획에 맞추어 생산량, 시간당 생산 대수, 작업 일정 등을 계획함으로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의 작업량, 작업순서, 작업속도, 작업시간 등을 사실상 결정하였고, 이들에 대하여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행사하였다. 사내협력업체는 피고가 결정한 생산계획, 작업시간 등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어 사업계획,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일정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다. ② 피고는 작업표준서, 작업사양서 등을 통하여 원고들의 작업방식을 지시하였다. 사내협력업체 소속 현장관리인은 원고들에게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피고가 정한 작업방법 등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지휘·명령을 하였을 뿐이다. ③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인원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모두 생산인원으로 함께 편성한 후,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작업방식을 요구하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각종 감사와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으로 피고 및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관리하였다. ④ 사내협력업체가 행한 근로자의 선발과 근로조건의 결정 및 근태관리는 피고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된 재량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였다.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인적사항을 피고의 인사관리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였고, 사내협력업체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들의 특근 등 근태현황을 통보받아 관리하였다. ⑤ 동일한 업무라도 부서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가 담당하기도 하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담당하기도 하였으며, 이들 사이에 업무의 내용, 작업위치 등이 상호교환되기도 하는 등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지 않았다. 그리고 원고들을 비롯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는 대부분 전문적 기술이나 숙련도가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가 미리 교부한 표준작업서 등에 따라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⑥ 사내협력업체들이 작업과정에 사용되는 일부 소모품 또는 작업장 내 비품을 마련하거나 지게차, 트럭 등을 보유한 경우도 있으나, 핵심적으로 필요한 생산 관련 시설·장비, 작업도구, 부품 등은 대부분 피고의 소유였고, 사내협력업체는 이를 임차하여 사용하였다. ⑦ 피고는 파견법 위반으로 창원지방노동사무소의 조사를 받은 후 생산라인 재배치(이른바 ‘블록화’)를 실시하였으나, 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연속공정의 전후로 재배치한 것에 불과하여 자동차생산 공정의 특성에서 비롯된 공정 상호 간의 유기적 관련성과 의존성이 본질적으로 제거되었다고 볼 수 없고,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유기적인 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내협력업체에 부분적인 자율권을 부여한 것에 불과하므로 파견근로관계의 본질적인 성격이 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또한 대상판결은 원심이 2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도 피고의 공장에 파견되어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자동차생산 업무에 종사한 이상 그 소속업체가 직접 피고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를 위한 파견근로에 종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본 부분도 수긍하였습니다.
나.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 위배 여부 (부정)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등 참조). ② 피고의 창원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소속 노동조합을 통하여 이미 2005년경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여 조사가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와 일부 사내협력업체 대표자들이 파견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2013. 2. 28. 그대로 확정된 점, 일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2016. 6. 10. 확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에게 적법한 도급관계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피고 부평, 군산, 창원공장에 파견되어 물류, 방청, 부품 포장 등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이 피고가 결정한 작업량, 작업속도, 작업시간 등에 따라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였고, 이 사건 협력업체는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을 피고 근로자들과 함께 하나의 집단으로 통합 관리하고, 작업방식과 검사를 동일하게 적용했으며, 협력업체는 제한된 재량권만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주요 장비와 설비가 피고의 소유였고, 협력업체는 이를 임차하여 사용하였다는 점도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으며, 피고가 시행한 생산라인 재배치도 근로자파견관계의 본질적인 성격을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2차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하여도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여 종전에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원청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한 사례(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15010, 2017다15027, 2017다15034 판결,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다275885 판결)와는 대비되는데, 이처럼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라 하더라도 원청으로부터 직접 지휘ㆍ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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