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회사의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제조회사의 연구소에 파견되어 시험용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차체 및 부품 운반·정리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은 자동차 제조회사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본 사례
2024.09.30.
[노동팀 뉴스레터 제6호]
대상판결 :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1다203357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의 사내협력업체(이하 ‘이 사건 협력업체’)에 입사하여 피고 회사의 연구소에 파견되어 피고의 시험용 자동차 제작·시험 공정에 관하여 그 차체 및 부품의 도장 작업, 그 차체 및 부품의 운반·배치 작업, 시험용 자동차 차체 제작을 위한 장비의 운반·배치 작업, 의장 작업이 마쳐진 시험용 자동차의 운반 작업, 각종 장비의 유지·보수 및 점검 작업 등을 수행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와 지속적으로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로 하여금 피고의 시험용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차체 및 부품 운반·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습니다. 원고들이 근무하는 동안 소속 협력업체는 여러 차례 변경되기도 하였으나, 원고들은 입사일 이후 계속하여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며 연구소 내에서 근무하여 왔고, 협력업체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들을 포함한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여 왔습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협력업체가 피고와 체결한 도급계약은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의 실질은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며,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 위와 같이 개정되어 2007. 7. 1. 시행된 법을 ‘개정 파견법', 이들을 통칭하여 ‘파견법’)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되었거나 개정 파견법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내지 고용의사표시 청구 및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라면 받았을 임금과 원고들이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임금의 차액 내지 그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원고들이 이 사건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연구소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모두 수긍하며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원심이 원고들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근거로 제시하였던 사정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 ① 원고들은 피고의 연구소에 출근하여 피고가 정한 근무시간에 맞춰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 참여하였다. 피고는 작업량, 방법, 순서, 일정 등을 상세히 계획하고 이를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협력업체에 전달했으며, 원고들은 이를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 작업의 소요시간이 명확히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원고들이 임의로 작업량을 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는 원고들에게 작업 과정 전반에 걸쳐 구두 또는 문자메시지나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개별적인 지시를 하였으며, 긴급 상황 시 작업내용을 변경하여 원고들에게 지시하였다. 원고들은 이러한 지시를 따랐고, 피고의 지시사항에 구속되어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는 피고의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고, 원고들이 독자적으로 재량을 행사할 여지는 없었다. ③ 피고는 원고들이 수행할 작업의 일정, 순서,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으며, 원고들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피고의 제작계획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고들이 실질적인 재량을 가질 여지는 없었다. ④ 협력업체는 원고들의 임금 지급 및 근태관리를 담당하였으나, 이는 피고의 제작계획에 따른 제한적인 관리에 불과하다.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피고가 표준 T/O와 표준 M/H를 이용하여 원고들의 작업을 표준화ㆍ수치화하였고, 이를 기초로 원고들의 작업수행현황, 근태현황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것이다. 협력업체의 역할은 피고의 노무관리를 일부 대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 원고들의 피고 사업으로의 실질적 편입 ① 원고들이 투입된 '시험용 자동차 제작 공정'은 피고의 신차 연구·개발을 위한 핵심 공정 중 하나로, 양산 공정과 유사한 작업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원고들은 부품과 차체의 운반 및 배치, 지그 교체와 투입, 파이롯트 차의 이동 및 전장 검사 등을 담당하였으며, 이 업무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지체될 경우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②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며, 동일한 근무시간과 휴게시간, 식사시간 등이 적용되었다. 원고들의 작업량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량과 연동되었으며, 피고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작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이 독자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비록 원고들이 부수적인 업무를 담당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구분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작업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시험용 자동차 제작 및 검증 작업과 유기적·종속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결국, 원고들의 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며, 시험용 자동차 제작 및 검증을 위한 협업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④ 일부 작업은 과거에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거나 함께 수행하던 것으로, 피고는 업무분장표와 조직연락도에 원고들을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이는 각 공정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원고들이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작업배치, 근태관리 등에 관한 결정권한의 소재 ① 이 사건 협력업체는 피고와의 계약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공정의 내용이나 작업방식이 크게 변경되지 않았으며, 협력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기존 근로자들이 승계되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였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가 원고들에 대한 업무배치권한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② 협력업체는 근로자 선발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나, 협력업체 변경 시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이 대부분 승계되었기 때문에 선발권한도 큰 의미가 없었다고 판단된다. ③ 협력업체는 현장대리인을 통해 원고들의 근태관리를 수행하였으나, 현장대리인도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직접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관리·감독자로서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또한 도급비가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태상황에 따라 재산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협력업체의 근태관리는 피고의 노무관리를 일부 대신하는 측면이 있고, 실질적으로 피고가 원고들의 작업수행현황과 근태현황을 관리해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④ 세부 공정에서 근로자 투입 인원, 작업시간, 작업 방법 등은 피고의 작업계획과 표준 T/O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협력업체는 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독자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없었다. 협력업체의 권한은 피고가 정한 기준에 따라 근로시간과 임금을 결정하고, 특정 공정에서의 근로자 배치만 일부 조정할 수 있는 정도에 그쳤다. 이는 일반적인 도급에서 수급인의 자율적인 업무 결정과 거리가 멀다. 라. 계약목적(업무)의 ①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피고가 미리 정해 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특별한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요구되지 않는다. 협력업체는 작업에 필요한 장비조차 소유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의 업무는 장기간 반복된 결과로 얻어진 숙련도 이상의 전문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② 이 사건 계약은 협력업체가 수행할 업무의 이행기한을 명시하지 않고 계약기간만 정해져 있다. 원고들의 업무는 반복적인 운반·정리 작업으로, 피고의 시험용 자동차 제작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계약은 독립적으로 결과물을 완성하여 인도하는 도급 계약이라기보다, 단순히 노무 제공을 목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 ③ 피고가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은 투입된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책정되며, 이는 '일의 결과'가 아닌 투입된 노동력의 양과 근로시간에 따라 대금이 지급된 것이다. 따라서 이 계약은 원고들의 노동력을 제공받기 위한 계약으로 해석된다. ④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가 시험용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물류업무라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작업은 피고의 주된 사업목적 달성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며, 시험용 자동차 제작 및 검증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원고들의 업무는 일반적인 물류업무보다는 생산관리업무에 더 가깝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마. 이 사건 협력업체의 조직 및 설비 ① 이 사건 협력업체는 오직 피고 연구소에서만 업무를 수행하며, 피고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피고가 제공한 사무실 외에 별도의 사무실이 없으며, 협력업체의 기업조직은 이 계약을 수행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조직으로 보인다. ② 협력업체는 원고들에게 작업복과 같은 소모품 등만 제공하였고, 작업에 필요한 주요 설비와 기계, 지게차 등은 모두 피고의 소유이다. 협력업체는 이러한 설비를 무상으로 사용하였으며, 고유한 기술을 보유하였거나 자본을 투입한 증거는 없다. ③ 협력업체의 대표자는 주로 피고의 퇴직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약은 6개월 단위로 체결되면서 기간 만료일로부터 1개월 전까지만 갱신거절 통지를 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 피고는 다양한 이유로 계약을 쉽게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계약 기간 동안협력업체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다. ④ 협력업체는 피고가 정한 표준 T/O에 따라 투입된 인원수에 비례하여 대금을 수령할 뿐, 독자적인 사업계획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는 근로자 공급업체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
3. 의의 및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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