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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되나, 매년 정기승급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매번 승격하였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사례

2024.09.30.

[노동팀 뉴스레터 제6호]


대상판결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51295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항공기 부품, 엔진 등의 제작업 등을 영위하면서, 방위사업법에 따라 방산업체로 지정받아 방산물자를 제작하여 방위사업청 등 정부에 납품하는 내용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으로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 고용되어 1990. 8. 1.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방산물자 수송 차량(13톤 트럭)을 운전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습니다. 원고는 1998. 9. 30.경 피고에서 퇴사한 후, 피고로부터 피고의 업무용 차량의 운행 및 유지관리업무를 도급받은 A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A에서 유사한 운전 업무에 종사하였습니다. A는 2016. 7. 1. 폐업하였고, 원고는 2016. 7. 1. 피고에 촉탁직으로 재입사한 후 2018. 7.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1998. 11.부터 2016. 6.경까지 형식적으로 A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였으나 A는 사업주로서 독립성이 없어 피고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업무지시, 감독을 하면서 원고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고, 이에 따라 해당 기간 동안의 경력이 피고에서의 호봉 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호봉 정정 및 이에 따른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습니다.


제1심은 A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 · 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원고와 A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부정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반면 원심은, A가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피고가 원고를 포함한 A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원고가 A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에도 직접 피고가 원고를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은, 피고의 취업규칙상 임금조건이 분류되는 직군은 크게 공통직과 생산직으로 구분되는데, 원고는 피고 재직 당시 공통직 직군이었고 성실히 근무하며 정기 호봉 승급을 하여온 점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피고에의 최초 입사일부터 현재까지의 근속기간 동안 공통직 직군의 표준체류연한에 따라 호봉 승급과 승격을 인정하여 호봉을 정정하고 이에 따른 미지급 입금 차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과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은 인정하였으나, 원심의 원고 호봉 산정 방식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① 원고의 피고 재직 당시 원고의 인사기록카드에는 위 기간에 대한 '직위/급호'란에 '운전'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공통직이라고 볼 만한 어떠한 기재도 없으며, 공통직의 세부 직종에 운전 업무가 속한다고 선뜻 보이지 않고, 1995. 7. 1. 직제 변경에 따른 공통직 직군의 분류도 원고의 인사기록카드에 반영되어 있지 않으므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1998년경 피고에서 퇴사할 당시 공통직 직군에 속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피고의 취업규칙에 따르면 '정기승급'은 매년 호봉의 상승을 말하는 반면 '승격'은 직급의 상승을 말하는 것으로서, 양자는 그 내용과 요건이 다르고, 특히 승격에는 표준체류연한 외에도 다른 여러 평가요소가 참작되는 것으로 보이며, 원고가 최초로 피고에 고용되어 있던 8년 동안 매년 정기승급을 하여 호봉은 상승하였으나 같은 기간 동안 승격한 사실은 없다. 그렇다면 원고가 매년 정기승급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원고가 매번 승격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③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퇴사 당시 원고가 공통직이었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직급과 호봉을 판단해서는 아니 되고, 피고 소속 근로자 중 운전 업무를 수행한 다른 근로자가 있었는지를 살펴 그러한 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가 속한 직군 · 직종의 직급 및 임금 체계를 원고에게 적용하여야 하고, 만일 그러한 근로자가 없다면 원고와 같은 운전직 근로자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정한 다른 직군·직종의 직급 및 임금 체계가 있는지 등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그러한 직군·직종이 승격 제도를 두고 있다면, 피고가 실시한 해당 직군·직종의 승격 심사의 내용과 승격 현황 등을 심리하여 원고가 어느 직급까지 승격하였을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에 앞서 대상판결과 유사하게 원청이 모회사로부터 단체급식, 수송, 시설물유지관리, 경비업 등의 업무를 도급 받아 수행하다가 원청에서 퇴직한 직원이 설립한 사업체에 수송업무를 맡겼고, 해당 사업체에 고용되어 통근버스 운행 등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해당 사업체의 사업주는 형식적으로 원청을 퇴직하였지만 사실상 계속 원청의 직원으로서 수송업무를 담당하였고, 해당 사업체의 근로자가 원청으로부터 구체적 작업지시를 받으며 근무하였으며, 해당 사업체의 채용, 근태관리, 징계 등에 관하여도 원청이 밀접하게 관여하였고, 임금 등 제반 근로조건에 대하여도 원청이 실질적인 영향을 행사하면서 해당 사업체의 운영이나 업무 처리 과정에 독자성이 없는 점을 들어 해당 근로자와 원청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67013 판결). 


대상판결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대상 근로자의 호봉을 재산정할 때 정기적인 호봉승급과 ‘승격’을 구분하여야 하고, ‘승격’에 있어 필요한 여러 요건과 변수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직급을 재산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될 때의 취업규칙 적용에 있어 근로자파견관계가 문제될 때와 유사하게 동종·유사 근로자가 있는지 및 그러한 근로자가 없다면 다른 직군·직종의 임금체계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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