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에 관하여 직상 수급인의 연대책임을 인정한 사례
2024.09.30.
[노동팀 뉴스레터 제6호]
대상판결: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도4055 판결
1. 사안의 개요
건설업을 하는 A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하 '피고인')는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그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 주었습니다. 하도급을 받은 업체(이하 '하수급인')는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고, 하수급인은 위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자기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2. 판결의 요지
원심은 피고인이 ① 하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이 지정한 B에게 근로자들의 임금 상당액을 전액 지급하였고, ② 하수급인으로부터 ‘하수급인 또는 B가 임금을 대리 수령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근로자들이 작성한 위임장 및 신분증 사본을 제출 받았으며 ③ 하수급인 또는 B로부터 ‘임금 상당액을 수령한 즉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지급각서 및 인감증명서를 제출 받았다는 등의 사정을 근거로 피고인이 하수급인 등에게 지급한 임금 상당액에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도록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고 이를 이유로 실제로 근로자들에게 임금이 지급되었다고 믿었으므로 피고인에게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심이 든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인이 하수급인 또는 B를 통하여 임금이 근로자들에게 전액 지급되었다고 인식하였다거나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아래의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①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②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마련된 조항으로서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직상 수급인이 근로자로부터 임금 수령권한을 위임받은 하수급인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할 수 없고,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③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그 입법취지 및 직접지급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 사건 공사의 하도급과 관련하여 작성한 계약서에는 ‘노임 등의 공사대금은 A주식회사가 직접 지불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근로자들이 아닌 하수급인이나 B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의한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④ 피고인이 하수급인으로부터 근로자들 명의의 위임장이나 신분증 사본, 하수급인 또는 B의 지급각서를 받았다는 점만으로 임금이 근로자들에게 실제로 지급되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하였다거나 실제로 지급되리라고 의심 없이 믿을 만한 충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자금력이 확인되지 않은 무등록 하수급인에게 하도급을 주는 위법행위가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의 위험을 야기한다는 전제에서 직상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직접 책임을 규정한 조항이므로,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지급한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에게 지급되리라고 믿었다는 사정을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 된다. ⑤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A주식회사의 직원이 현장소장으로 상주하였고, 근무한 근로자들의 수도 월별로 20명이고 1일 15명을 넘지 않았다. 피고인은 개별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액, B가 청구한 개별 근로자들의 임금액의 정확성, 근로자들이 실제 외국인인지 여부, 임금 수령권한을 위임하는 이유나 그 위임의사의 진실성, 하수급인이나 B의 계좌로 지급한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들에게 곧바로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확인 결과 어떠한 문제가 있다면 해당 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거나 향후 B의 계좌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거부하는 등으로 임금이 근로자들에게 실지 제급되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조치 없이 계속하여 위임장이나 지급각서 등만을 제출받고 하수급인이 청구하는 대로 모든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하수급인이나 B의 계좌로 지급하였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근로기준법 제44조와 다르게,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에게 공사도급을 하여 그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직상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책임을 부담한다는 대법원의 입장(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10938 판결 참조)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이므로(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7370 판결 참조), 이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점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에 따르면 설령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위법 여부와는 별개로 직상 수급인으로서는 하수급인의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거나 근로자들에게 임금이 지급된다는 점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이에 관한 입증자료를 사전에 확보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