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원 제출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근로관계가 합의해지에 의해 종료되었다고 본 사례
2024.07.29.
[노동팀 뉴스레터 제5호]
대상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6. 20. 선고 2023가합20741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반도체 제품 및 부품, 원부재료의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00. 7. 10. 피고에 입사하여 구매물류팀에서 근무하여 왔던 사람입니다.
원고는 2019년말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한 뒤 상병명 ‘적응장애’로 약 1년 이상의 산업재해 요양기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1. 2. 1. 자로 복직하였는데, 원고가 기존에 근무하였던 팀에서 원고에게 부여할만한 직무가 없다고 하자 피고는 원고를 대기발령 조치한 후 원고의 전환배치를 위한 면접 등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업무 역량 및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배치 가능부서 및 직무가 발견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결국 피고는 2021. 12. 13. 특별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장기 무직무를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해고 조치를 의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해고’), 그와 동시에 인사팀으로 하여금 원고와 향후 10일간 권고사직을 협의하도록 하면서 해고일을 10일 뒤인 2021. 12. 22.로 정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와 원고는 권고사직 조건에 관하여 협의를 진행하였고, 원고는 2021. 12. 22. 피고에게 자필 사직원(이하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원고는 자신이 피고로부터 부당한 해고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원고는 (i) 이 사건 사직원은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제출하게 되었던 것이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ii) 이 사건 해고는 원고의 사직원 제출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이른바 ‘조건부 해고’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은 이 사건 해고와 합쳐 하나의 해고로 보아 그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을 근거로 ‘원고의 사직원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 등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의 사직원 제출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상판결은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해고를 취소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로 종료하기로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①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해고를 통지 받은 이후 및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할 당시에도 마음 속으로 진정으로 원하였던 것은 피고에 계속 근무를 하는 것이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로부터 권고사직의 권유를 받은 후 오랜 기간 직무를 배정받지 못한 원고의 상황, 피고가 제시하는 사직의 조건 등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피고가 제시한 권고사직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시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권고사직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권고사직을 하기 위해 피고에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조건을 요청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이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② 또한 피고가 원고에게 사직을 권유하면서 원고로서는 다소 강압적으로 느꼈을 언동을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권고사직 조건을 두고 피고에게 여러 차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하면서 자신의 요구를 추가적으로 관철시키기도 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강요에 의하여 제출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③ 원고는 피고와의 협의과정을 거쳐 결국 피고로부터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는 대가로 7,000만 원이 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는데, 이는 원고의 연봉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④ 이 사건 사직원에는 이 사건 사직원의 제출로 2021. 12. 22. 자 해고(이 사건 해고)는 취소한다고 명확히 기재되어 있고, 원고도 관련 사건 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2021. 12. 22. 자 해고는 취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22. 2. 1. 자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였을 뿐이다. ⑤ 원고는 2021. 12. 22.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이후 퇴직일인 2022. 2. 1.까지는 물론, 이후 2022. 4. 26. 구제신청을 하기 전까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는 등의 태도를 보인 바 없다. ⑥ 원고는 이 사건 사직원의 제출과 이 사건 해고를 하나의 조건부 해고로 보아야 한다고도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해고는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취소된 것이므로, 이 사건 해고가 사직원의 제출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해고라고 보기도 어렵다. |
3. 의의 및 시사점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퇴직의 권유를 받고 사직원을 제출하는 경우에, 대법원은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다108290 판결 등). 또한 대법원은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인지가 다투어지는 경우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사직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는 확립된 입장입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 51926 판결,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다108290 판결 등).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원고가 이 사건 사직원 제출 당시 사직을 진정을 바란 것은 아니어도 피고가 제시한 권고사직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것으로서 비진의 의사표시로 볼 수 없어 근로관계가 합의해지에 의해 종료된 것이라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권고사직의 구체적인 조건에 관하여 회사에 적극적으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협의하였다는 점이 사직서 작성·제출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원고가 항소하여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4나2032639호) 계속 중입니다.
이처럼 근로자와 퇴직합의를 진행할 때에는 향후에 그 합의의 유효성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향후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여 근로자의 진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근로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의사소통 내역, 사직원 작성 시 사직의 대가로 지급된 금원 내역 등)를 정리, 확보하여 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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