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에서 독자적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로 한 탈퇴 결의가 적법·유효하다고 본 사례
2024.07.29.
[노동팀 뉴스레터 제5호]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23. 선고 2022가합565743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금융산업 관련 업무 및 기타 사무 서비스직 종사자 등을 대상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A은행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직된 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피고는 2016. 7.경 ‘2016. 상반기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소속되어 있던 연합단체를 탈퇴하고 2016. 8. "피고는 연합단체 원고에 가입한다"는 안건으로 대의원 투표를 실시하였는데, 위 안건은 총 대의원 56명 중 54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49명의 찬성으로 가결되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가입결의').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 지부로 상급 단체를 변경하기로 결의하였으니 가입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6. 8. '제2016-7차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여 피고를 원고의 지부로 설치하는 안건을 가결하였습니다.
피고는 2016. 8.경부터 2020. 6.경까지 원고의 지부로 활동하다가, 2020. 7. '2020.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상급단체 변경의 건으로 "피고는 소속된 연합단체인 원고를 탈퇴한다. 향후 상급단체 가입은 대의원 결의로 한다"는 안건을 논의하였고, 위 안건은 총 대의원 59명 중 57명이 출석하여 그중 찬성 46명, 반대 6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되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탈퇴결의').
피고는 2020. 7. 원고에게 상급단체 변경의 건에 대한 의결 결과가 가결됨에 따라 원고를 탈퇴한다는 취지를 통보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에게 "원고의 지부로 편제된 이상 피고는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고, 원고의 단순한 내부적인 조직이나 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노동조합법상 조직형태변경을 할 수 있는 조직체가 아닙니다"라는 등의 내용으로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함과 함께, 피고가 이 사건 탈퇴결의 이후 미지급한 조합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가. 이 사건 탈퇴결의 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가입결의를 통해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되었는지 여부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이 사건 가입결의를 하면서 그 안건명을 “피고는 연합단체 원고에 가입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 주장대로 원고가 단위 노동조합이고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이라면 2016. 8.경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가입하기 위한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한 적이 없으므로 이 사건 가입결의가 무효이고 피고가 처음부터 적법·유효하게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입결의 당시 피고가 원고를 '연합단체'로 표기하고 조직형태 변경을 '가입'으로 기재한 것은 표시상의 착오에 불과하고, 결의에 참여한 피고의 대의원들로서는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된다는 실제 안건의 목적과 이로 인한 법적 효과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고 이 사건 가입결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가입결의를 통하여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조직형태가 변경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인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탈퇴결의가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노동조합법 제16조는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연합단체의 설립·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제6호)과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제8호)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탈퇴결의의 안건명을 ‘조직형태 변경결의’가 아닌 ‘상급단체 변경의 건’으로 명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탈퇴결의를 ‘조직형태 변경결의’로 볼 수 없고 원고는 연합단체도 아니므로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탈퇴결의가 원고의 하부조직인 피고가 원고를 탈퇴하는 내용의 조직형태 변경결의를 하면서도 안건명을 '원고 탈퇴의 건'이 아닌 '상급단체 변경의 건'으로 잘못 기재하였을 뿐이고, 결의에 참여한 피고의 대의원들로서는 피고가 원고를 탈퇴하여 원고의 하부조직에서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한다는 안건의 목적과 이로 인한 법적 효과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고 이 사건 탈퇴결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탈퇴결의가 실질적으로는 조직형태 변경결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피고가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졌는지에 관한 판단
다음으로 대상판결은 ‘피고는 원고의 지부에 불과하여 조직형태 변경결의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는 원고의 단순한 하부조직을 넘어서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조직형태 변경결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피고는 A은행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으로 2013년 개정 규약에서 명칭을 ‘B노동조합’이라고 명시하고 이 사건 가입결의 이후인 2019년 개정 규약에서도 그 명칭을 유지하였다. ② 피고는 이 사건 가입결의를 통해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면서도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였고 원고도 이를 어느 정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는 자체 규약을 통해 중앙집행위원회라는 독자적인 집행기관을 운영하여 단체협약 체결, 노동쟁의 제기 및 종결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할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선거규정을 가지고 이에 따라 피고의 위원장 선거 등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④ 피고는 자체 규약에 따라 2017년과 2020년에도 사용자를 ‘A은행’, 노동조합을 ‘피고’로 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신고하였다. ⑤ 피고는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피고 명의로 A은행과 임금협약을 체결하였으며, 2020년 임금협약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의 사용자와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하며 앞으로는 임금협약 체결권을 위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주요 계기로 피고가 이 사건 탈퇴결의를 하게 되었다. ⑥ 피고가 원고의 다른 하부조직들처럼 원고의 규약에 따라 원고의 위원장에게 교섭상황을 보고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능력을 단순히 위임받은 것이 아니라 원고와의 협의를 통해 피고 자체 규약에 따라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가지고 이를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⑦ 원고가 피고 지부장 및 피고에 대한 징계를 결의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이 사건 탈퇴결의가 유효하다면 위법한 징계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독자성을 인정하는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⑧ 만약 피고가 실질적으로 독자적인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적어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는 하부조직’에 해당하여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 |
다) 이 사건 탈퇴결의의 결의요건에 관한 판단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이나 피고의 규약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과반수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2/3 이상의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적법하게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탈퇴결의가 총 대의원 59명 중 57명이 출석하여 그중 찬성 46명, 반대 6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되었으므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금전 청구에 관한 판단
대상판결은 이 사건 탈퇴결의가 적법·유효하므로,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라는 전제에서 조합비를 지급하라는 원고의 금전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인 지부·지회가 독립적인 단체교섭권, 단체협약 체결권까지 보유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활동하는 등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스스로 조직형태를 기업별노조로 바꿀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재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노조 설립과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추구하는 근로자의 의사결정이 산업별 노동조합의 조직 유지 필요성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도 시사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여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4나2025600호) 계속 중입니다.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