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상의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에 관한 규정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소수 노동조합에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사례
2024.07.29.
[노동팀 뉴스레터 제5호]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5. 2. 선고 2023구합61967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시내버스 운송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버스운송사업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었고, 원고의 사업장에는 A노동조합과 B노동조합이 각각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로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A노동조합은 B노동조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어 2022. 5. 원고 등으로부터 교섭권한을 위임받은 버스운송사업조합과 사이에 2022년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B노동조합은 원고 등 사용자들과 A노동조합이 체결한 위 2022년 단체협약의 일부 조항들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가한 소수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11. B노동조합의 시정신청 중 일부는 받아들이는 한편, 원고 등이 A노동조합에만 사무실 공간 및 집기를 제공하는 것(단체협약 40조) 등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정하였고, 이에 B노동조합은 2023. 1.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2. 원고 등 일부 사용자가 A노동조합에만 사무실을 제공하고 B노동조합에는 사무실 공간 및 집기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임을 인정하여 이 부분에 대한 초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에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들을 제시하며 교섭대표노동조합인 A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상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에 관한 규정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는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병존하는 경우 야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그 취지가 있고 교섭대표가 되지 못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게 되므로 그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고, 그 중 하나로 도입된 노동조합법 제29조의4의 공정대표의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12. 4. 24. 선고 2011헌마33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부여되는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하여 근로조건 등 근로자의 대우에 대한 사항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사항 즉,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등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A노동조합이 원고와 체결한 단체협약상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에 관한 규정(단체협약 제40조)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
한편 원고는 B노동조합에게는 본사 회의실을 대여할 기회가 부여되어 있었고, 물리적 제약으로 사무실을 제공할 수 없었던 것이며, A노동조합에 제공한 사무실 공간이 협소하여 B노동조합에 배정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차별이 아니라거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① 노동조합 사무실은 조합원 교육이나 회의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신규 조합원모집과 조합원 상담이 이루어지는 등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법이 보호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하여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사무실 제공이 비록 공간 할애가 필요하고 물리적·비용적 부담이 있어 현실적으로 모든 노동조합에 대하여 일률적 내지 비례적인 조건으로 이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대하여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이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행위까지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A노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166명임에 비해 B노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3명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조합 사무실이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조합원 수가 적다는 사정은 차별행위의 합리적 이유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② B노동조합의 조합 활동에는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조합원모집과 그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기본적인 조합 활동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활동은 주로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특성상 원고가 조합의 활동 공간을 보장해주지 않을 경우 위와 같은 기본적인 조합 활동조차 용이하게 진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이와 같은 기본적인 조합 활동은 언제든지 원고 소속 근로자들이 조합을 방문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상시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므로, 필요할 때마다 본사의 회의실을 대여할 기회가 부여되어 있다는 점만으로 충분히 보장된다고 할 수도 없다. ③ 원고는 A노동조합에 제공된 사무실도 회사 차고지 내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서 제공한 것에 불과하고 B노동조합에 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A노동조합의 사무실로 제공된 컨테이너 박스(1동 반, 약 8평)를 적절히 재배치하면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원고는 B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조합 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최소한의 공간을 별도로 확보해 주거나, 사정상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적어도 A노동조합에 제공된 사무실을 B노동조합도 일정 부분 공유할 수 있도록 사용자와 복수 노동조합 3자 간에 성실한 협의를 거쳐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차별 방지를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원고가 이와 같이 차별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
3. 의의 및 시사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제29조의4제1항). 따라서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됩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에 비추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보아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도 원칙적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여야 하고,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경우에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과 노동조합의 활동에 있어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쌍방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 최근 하급심 판례에서도 교섭대표노조(조합원 444명)에게만 사무실(12평)을 제공하고 소수노조(조합원 5명)에게는 제공하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 위 사무실을 쪼개어 제공하는 것은 독립적 사무실 제공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4. 1. 12. 선고 2022구합74980 판결).
한편, 대법원은 대상판결 선고 이후에 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이 교섭대표노동조합과 결탁하여 합리적 사유 없이 특정 노동조합을 불리하게 차별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특정 노동조합을 우대하여 취급하거나 노동조합 간의 조직경쟁에 개입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어느 일방에도 치우치지 아니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고 본 원심을 수긍하였습니다(2024. 5. 17.자 2024두32447 심리불속행기각 판결). 이러한 판례를 종합하면, 사용자의 소극적 의무에 소수노조에게도 사무실을 제공함으로써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차별하지 않아야 하는 의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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