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건강관리에 대한 소고
2024.07.29.
[노동팀 뉴스레터 제5호]
A 회사는 정기적으로 근로자 건강진단을 실시한다. 최근 담당자인 B는 직원 C의 건강진단 결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상황에서 A 회사는 C에게 기존 업무를 계속 시켜도 괜찮을까? 만약 C가 기존 업무를 계속하다가 병을 얻게 된다면 A 회사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이러한 점은 담당자인 B에게 깊은 고민거리를 남긴다.
B는 C에 대한 건강진단 결과를 건강 보호 및 유지 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C를 무작정 다른 직원과 다르게 조치할 수는 없다(산업안전보건법 제132조 제3항). 그렇다면 B는 C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야 하고 만약 C의 건강이 더욱 악화된다면 A 회사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 함께 살펴보자.
1. 근로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
B는 C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작업 장소 변경, 작업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32조 제4항). 이뿐만 아니라 B는 C에게 건강 상담, 보호구 지급 및 착용 지도, 추적검사, 근무 중 치료 등 다양한 사후관리 조치도 할 수 있다(근로자 건강진단 실시 기준 제2조 제1호). 물론 B가 이러한 조치를 할 때는 C에게 해당 조치 내용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해 줘야 한다(동조 제2항).
2. 사후관리 조치에 대한 개별 동의 필요 여부
그런데 B가 C와 아무런 상의 없이 사후관리 조치를 실시해도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B는 C의 개별적인 동의를 반드시 얻을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C에 대해 실시하고자 하는 사후관리 조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C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다음 C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132조 제2항, 산업안전보건공단 일반건강진단 결과에 따른 사후관리 지침 6. 1. (1)]
3. 사후관리 조치를 위한 건강정보 공유 가능 범위
담당자인 B만 C에 대한 건강정보를 알고 있다면 A 회사는 C에게 적절한 사후관리 조치가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A 회사는 C의 건강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공유해도 괜찮은 것일까.
A 회사는 C의 건강정보를 취급하는 사람을 업무상 필요한 한도 내에서 최소한으로 정해야 한다(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 제1항). 따라서 A 회사는 C의 관리감독자에게는 C의 사후관리 조치에 대한 필요한 설명을 해 C의 건강 유지를 위한 사후관리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산업안전보건공단 일반건강진단 결과에 따른 사후관리 지침 6.1 (3)].
4. 근로자가 건강상 문제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 회사의 손해배상책임
만약 C가 건강상 문제로 다치게 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A 회사가 당해 근로로 인해 C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된다면 A 회사에게는 민사상 손해배상 의무가 인정될 수도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즉 A 회사는 C의 건강을 보호하고 적절한 사후관리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A 회사는 C의 건강진단 결과를 충분히 반영해 적절한 조치를 하고 C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 대법원 2022. 9. 27. 선고 2017다267774, 2018다207601 판결
회사에서 선박 용접 업무를 하던 근로자는 파킨슨증 진단을 받았고 이를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다음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런데 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고 해서 반드시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근로자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고 해 반드시 근로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전주지방법원 2019. 2. 12. 선고 2017가단27275 판결
회사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근로자는 버스 운행 중 몸에 이상 증세를 느끼고 병원에 응급 후송됐지만 결국 뇌내출혈로 사망하게 됐다. 유족들은 회사가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회사가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으로 진단된 근로자들(이 사건의 근로자 포함)에 대해 매월 1회 관련 약 복용 여부를 확인해 왔고 이 사건의 근로자에게 과중한 업무를 지시한 것도 아니므로 회사가 보호 의무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즉 회사가 가능한 보호 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다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근로자의 건강진단 결과에 따라 수립한 사후관리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이행된 사후관리 조치가 적절한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점검 결과에 따라 사후관리 조치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5. 마치며
건강진단은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다. 회사는 건강한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건강 유지를 위해 정기적인 건강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근로자가 건강진단 자체를 회피하거나 사후관리 조치를 기피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회사는 건강진단과 사후관리 조치가 근로자 자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회사와 근로자가 함께 노력한다면 더 건강한 근로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며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은 이승현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6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106&in_cate2=0&bi_pidx=36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