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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 협력사 작업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2024.07.29.

[노동팀 뉴스레터 제5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도급인은 관계 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데, 도급인의 사업장 범위에는 도급인이 제공·지정한 경우로서 지배·관리하는 위험장소도 포함된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제10조 제2항).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도 안전보건확보의무의 보호 대상에 포함되는데,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위 규정에 따라 도급인의 사업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수급인의 작업(사내 협력사의 작업)에 대해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및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한다. 반면 도급을 했더라도 그 작업이 도급인의 사업장 밖 사외 협력사의 독립된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면 원칙적으로 도급인은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무적으로 사외 협력사가 도급인과 업무상 긴밀한 협조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고, 품질관리나 안전관리를 위해 도급인 근로자가 사외 협력사에 상주하거나 수시로 방문하기도 하고, 도급인과 사외 협력사 사이에 생산관리시스템이 연동돼 있는 등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사외 협력사가 부품공급 등 도급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에 대한 자금투자, 설비 대여, 자재공급 등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때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 작업이나 시설에 대한 관여가 있고 작업에 대한 전문성 및 안전보건 역량이 더 크기 때문에 지배·관리 내지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상 책임의 범위를 사외 협력사 사업장까지 확대해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외 협력사 사업장 작업까지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이처럼 사외 협력사가 자기 사업장 내에서 이행하는 작업에 대해서까지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1.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 작업을 직접 지휘ㆍ명령한다고 볼 수 있다면


안전보건조치 의무에 관한 판결은 아니지만 대법원은 도급인과 장소적으로 분리된 별도의 공장에서 협력사 근로자들만 근무하는 사외 도급 사안에서 사내 도급과 마찬가지로 협력사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인정하고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18다243935, 2018다243942(병합) 판결,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9732, 2017다9749(병합) 판결 등). 


위 2018다243935 판결에서 도급인이 직접 생산하는 공장(제1공장) 외부에 약간 떨어져 있는 별도의 공장(제2공장)에서 협력사가 공장 전체를 사용하며 생산 업무를 수행했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고 1·2공장 모두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 2017다9732 판결 사안에서는 도급인 공장에서 약 7km 떨어져 협력사가 사외 물류센터를 운영했으나, 사외 물류 업무가 과거에는 도급인 공장 내부에서 이루어졌던 점, 물류 서열 정보 등을 통해 지휘·명령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사외 협력사라도 도급인이 구체적인 작업방식을 정하고 생산관리시스템을 통해 작업을 관리하는 등 사외 협력사 근로자들의 작업을 직접적으로 지휘·명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파견근로관계가 인정돼 파견법에 따라 도급인에게 협력사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되면 도급인은 사외 협력사 작업에 대해 안전보건조치 의무도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 파견법에서는 파견 중인 근로자의 파견근로에 관해는 사용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파견법 제35조 제1항).


2.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의 '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 작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사외 협력사 사업장이 도급인이 (ⅰ)제공·지정한 경우로 (ⅱ)지배·관리하는 장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그런데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에 대한 관여가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의 목적으로 협력사의 작업에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도라면 이를 작업 장소에 대한 제공·지정의 근거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찬가지로 작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이를 '장소'에 대한 지배·관리 근거로 삼기도 어려워 보인다.  


결국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 사업장의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소유권, 임차권 등 법률상 권리를 전혀 보유하지 않은 채 사외 협력사의 작업에 대해서만 관여하는 경우, 사외 협력사 사업장을 도급인이 제공제공·지정하고 지배·관리하는 장소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도급인에게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3. 도급인이 '시설, 장비 등'을 대여하고 그 사용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고용노동부는 2020. 3. 배포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에 따른 도급 시 산업재해 예방 운영 지침에서 도급인이 제공·지정하는 작업 장소에는 시설, 설비 등도 포함된다고 봤다. 또한 '지배·관리'란 도급인이 해당 장소의 유해·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관리·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 등 수사기관은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 내에 있는 시설, 장비를 소유·관리하며 그 사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판단하겠다고 수사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범위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도급인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담하게 한 취지를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이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범위를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 도급 또는 전문 분야 공사 전부 도급"으로 한정했다. 또한 수급인과 같은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추락, 토사 붕괴 등 위험 발생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 도급인지, 도급인 근로자와 수급인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했는지, 위험 발생 장소인지 등에 대해 사안마다 법 적용을 놓고 논란이 발생했다. 전면 개정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급의 유형, 위험장소, 사업의 목적 여부 등에 관계없이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대해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법률 주요 내용 설명자료(2019. 1.) 등 참고]. 


즉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존에 논란이 있던 책임 범위를 확대해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한 것일 뿐 기존에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없었던 사외 협력사 사업장 내의 시설, 장비에까지 책임 범위를 확대한 것은 아니다. 도급인이 제공·지정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도급인 사업장에 포함시킨다는 개념도 장소적 요건으로 변경됨에 따라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사업장 밖 장소에서의 작업이 책임 범위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추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장은 물리적 구분을 원칙으로 하되 인사·노무 관리의 독립성 등을 고려해 왔다. 그러나 이에 따라 유해·위험 요인에 따라 하나의 공간(사업장) 내에 지배·관리 주체를 중첩적으로 인정한다면 안전보건조치의 책임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도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중첩적인 도급(도급인-1차 수급인-2차 수급인)이 있는 경우,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도급인만이 부담할 뿐, 1차 수급인의 2차 수급인 작업에 대한 유해·위험 요인 통제 권한 등을 따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1차 수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1차 수급인이 2차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또한 도급인 사업장 밖의 제3자 소유의 작업 장소나 수급인 소유 시설의 경우 도급인의 지배·관리권이 미치지 못하므로 도급인의 책임 범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에 따른 도급 시 산업재해 예방 운영 지침(2020. 3)]. 


그렇다면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에게 시설, 장비 등을 대여해 유해·위험 요인을 통제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있어도 도급인이 사외 협력사 사업장에 대한 지배·관리를 하지 않는 한 시설, 장비가 있는 장소만 구분해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시설, 장비 등에 국한해 도급인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면 도급인으로서 사외 협력사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시설, 장비 등에 관련된 작업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한다. 순회점검, 합동점검, 협의체 운영 등의 조치도 이행해야 하지만 그러한 법적 의무까지 도급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 문언 및 취지를 넘어서는 해석으로 보인다. 


4. 도급인이 사업장을 임차하고 그 사용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법원은 모회사 부지 내에 위치한 자회사 사업장을 모회사가 지배·관리하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①자회사는 모회사에게 임차 부지 및 건물에 관해 상당한 임차료를 지급하는 점, ②하나의 공장 부지와 건물을 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별도의 출입구와 벽체 등으로 모회사가 사용하는 공간과 자회사가 사용하는 공간의 경계가 명확하고 상호 왕래도 자유롭지 않은 점, ③자회사는 생산 설비 일체를 직접 소유·관리하는 점, ④공과금을 각각 별도로 납부하는 등으로 시설 관리 및 사업 운영 역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등을 이유로 자회사의 사업장을 모회사가 지배·관리하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2. 8. 16. 선고 2022과30 결정).


도급인이 사업장 전체를 협력사에 임차하는 등 장소에 대한 법률상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라면 해당 사업장을 비롯한 시설, 장비 등에 대한 권한, 조직·인력·예산 등에 대한 결정권, 도급인 근로자의 상주 또는 출입, 작업에 대한 관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급인의 사업장인지, 협력사의 독립된 사업장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마무리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선례가 많지 않고 안전보건조치 의무 범위에 대해 혼란도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재해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안전보건조치에 임할 수 있도록 법 문언에 충실하면서도 합목적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  


만연히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범위를 확대해 형사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기업들에게 불필요하고 과도한 안전조치를 이행하도록 해 재해 예방에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고 오히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를 위축시킬 수 있다. 명확히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사업주는 엄정히 법을 적용하되, 책임 범위가 불분명할 경우 적극적인 재해 예방 활동을 한 것이 책임의 근거로 작용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정대원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5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106&in_cate2=0&bi_pidx=36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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