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장에서 완성된 수출용 차량을 국가별, 차종별로 구분하여 야적장에 주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과 자동차 제조회사간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2024.05.27.
[노동팀 뉴스레터 제4호]
대상판결: 대법원 2024. 4. 4.자 2020다299306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 · 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원고인 근로자들은 피고의 사내협력업체에 입사하여 그 소속으로 피고의 울산공장에서 수출용 차량에 대한 치장 업무(생산된 수출용 차량이 수출선적장을 거쳐서 나오면 이를 야적장으로 옮겨 주차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와 지속적으로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로 하여금 수출용 차량에 대한 치장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습니다. 원고들이 근무하는 동안 소속 협력업체는 여러 차례 변경되기도 하였으나, 그때마다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고 업무를 그대로 이어받아 왔습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협력업체가 피고와 체결한 도급계약은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의 실질은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며,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 지위 확인 및 피고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라면 받았을 임금과 원고들이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임금의 차액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요지
제1심은 원고들의 업무는 실제 계약이행에서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의 설정·관리 방식이 컨베이어를 이용한 직접생산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피고가 시스템으로 원고들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해당 업무의 수행에 지시가 필요한 경우 형식적으로 협력업체 관리자를 통해 전달하는 등 피고가 지휘·명령권을 보유·행사한 반면, 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독자적인 지휘·명령을 했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이와 달리 제2심은 근로자파견에 부합하는 사정들이 일부 발견된다면서도 제출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관계를 형성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12. 2. 선고 2019나2041509, 2019나2041554(병합), 2019나2041530(병합), 2019나2041516(병합), 2019나2041523(병합), 2019나2041547(병합) 판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도 원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여 원심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원심에서 판단의 주된 근거로 제시한 사정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실질적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파견을 인정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에 해당하나,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에서는 이러한 지휘ㆍ명령관계의 징표들을 발견하기 어렵고, 직접생산공정의 경우와 같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지휘ㆍ명령을 대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 ② 이 사건 치장업무는 수출선적장 밖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야적장으로 운송하여 국가별 · 차종별로 구분하여 주차하는 정형화된 업무로서 구체적인 작업방법을 정한 작업표준서 등도 존재하지 않았고, 또한 원고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용한 PDA와 수출물류통합관리시스템에는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없었다. ③ 원고들이 직접생산공정에서 근무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주간연속 2교대로 근무하였고, 이들과 동일하게 근로일과 휴일을 적용받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직접생산공정을 통해 생산된 차량 중 일부만이 수출용 차량으로 분류되어 치장업무에 이르게 되고, 치장업무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출고과정을 거치므로 직접생산공정과 치장업무 사이에는 시간적, 공간적 간격이 발생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직접생산공정과 치장업무가 밀접하게 연동되어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④ 원고들은 피고 소속 직원들과 혼재되어 근무하지 않았고 상호간에 혹은 일방적으로라도 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하지 않았으며, 이들이 긴밀하게 협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는 분명하게 구별되었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2015년 이후 근로자파견관계를 판단할 때에 ①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수급인 등의 근로자가 도급인 등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 ③ 수급인 등이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수급인 등의 업무가 도급인 등과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수급인 등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근로자파견관계와 도급을 구별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이 사건의 원심판결은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요소들 중 ①의 요소는 근로자파견을 인정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고, ②의 요소는 위 ① 요소와 관련한 개별적 사정들을 평가할 때 사용사업주로서 행하는 지휘·명령과 도급인으로서 행사하는 지시를 구분하는 일응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위 ① 요소와 함께 근로자파견관계의 핵심적인 징표라고 볼 수 있다고 설시하였습니다. 반면에 위 ③, ④, ⑤ 요소는 도급관계에 관한 적극적 징표이자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소극적 징표인 부차적·보완적인 고려요소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③, ④, ⑤ 요소를 갖추었다고 하여 곧바로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고, 위 ①, ② 요소를 갖추었는지 및 그 정도를 형량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되었습니다.
참고로 근래에 대상판결 외에 자동차(부품) 제조업계에서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 내지 부정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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