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공정 중 3개 공정에 속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며, 불법파견 여부 판단은 개별 공정은 물론 근로자별 근무기간 동안의 실태를 개별적으로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
2024.05.27.
[노동팀 뉴스레터 제4호]
[대상판결: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8966, 2019다29006, 2019다28980, 2019다28973, 2019다28997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순천, 당진, 울산에 공장을 두고 냉연강판, 강관, 철강재, 자동차 부속품 등의 제조ㆍ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철강회사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의 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로, 피고와 피고의 협력업체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실질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의 지위의 확인 및 직접고용 의사표시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의 제1심은 원고 전부에 대하여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한다고 보았고, 이러한 판단은 제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고들 중 기계정비, 전기장비의 레벨 0 업무, 유틸리티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 일부에 대하여는 근무기간 동안 피고의 근로자들과 어떤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도, 원심은 그렇게 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해당 근로자들 승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에서 해당 기간에 불법파견에 관한 증거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평가한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계정비업무] ① 기계정비 업무는 피고의 생산공정에 밀접하게 연동되는 업무가 아니고, 피고는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정비 작업은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하였기 때문에 피고의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수행한 업무는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심은 기계정비에 관한 작업표준서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직접 작성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그 내용을 피고가 사실상 결정하거나 통제하였는지는 기록상 분명하지 아니하다. ③ 순천공장 설립 후 상당한 기간 동안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작업수행에 관한 지시를 하고, 사내협력업체로 하여금 피고가 허가한 근로자 수만큼만 라인에 배치할 수 있게 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의 대상 근무기간에도 이러한 권한을 계속 행사하였는지는 알기 어렵다. [전기정비의 레벨0 업무] ① 피고의 순천공장의 전기정비 업무는 레벨 1과 레벨 0으로 구분되는데, 원고들이 제출한 전기정비 업무에 관한 증거들은 대부분 레벨 1에 관한 것이어서 원고 O와 P의 대상 근무기간 동안 전기정비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의 설비관리팀 관리직 또는 현장기술직 근로자가 레벨 0 업무를 수행하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어떻게 지휘 ·명령을 하였고, 피고의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관되었는지를 기록상 알기 어렵다. ② 순천공장 설립 후 상당한 기간 동안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작업수행에 관한 지시를 하고, 사내협력업체들의 인사나 근태관리 등에도 관여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가 원고 O와 P의 대상 근무기간에도 이러한 권한을 계속 행사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유틸리티 업무] ① 유틸리티 업무는 피고의 생산설비들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유틸리티 시설들을 유지 ·관리하는 업무로, 피고는 그중 정수처리시설, 폐수처리시설, 냉난방설비, 건조기의 유지 · 관리 업무를 사내협력업체에 위탁하였고, 보일러 등 일부 시설을 직접 운영하였다. 위 원고들이 근무할 당시에는 시설별로 1명(3교대 근무를 하므로 총 3명)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해당 시설 내에 근무하거나 순회하는 등으로 그 시설의 업무를 전담하였는데, 이들의 업무수행 장소는 유틸리티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의 근로자들과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업무도 구분되어 있었다. ② 시설별 작업 내용을 기재한 작업표준서가 사내협력업체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내용을 피고가 사실상 결정하거나 통제하였는지는 기록상 분명하지 않다. ③ 일부 장치를 작동할 때 피고의 근로자의 요청이 있거나 허락을 받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피고의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어떤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여, 그러한 요청이나 허락이 사용사업주의 지휘 · 명령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④ 순천공장 설립 후 상당한 기간 동안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의 인사나 근태관리 등에 관여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가 원고 T와 U의 대상 근무기간에도 이러한 권한을 계속 행사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불법파견 소송에서 공정(업무)별로는 물론 하나의 공정 내에서도 근로자들의 근무기간에 대한 증거를 개별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종전까지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도 이러한 개별적ㆍ구체적 판단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 반면(서울고등법원 2019. 9. 27. 선고 2018나2062639 판결, 수원지방법원평택지원 2020. 2. 13. 선고 2017가합9246 판결 등),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는 근로자들의 소속 업체나 업무가 다르더라도 이를 구분하지 않고 판단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상판결을 통하여 근로자파견관관계의 성립은 개별적, 구체적 입증이 요구된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됨에 따라 향후 진행될 불법파견 소송에서는 개별 근로자들의 소속 공정이나 수행 업무별 근로자 파견관계 입증 여부를 두고 더욱 정교하고 치열한 변론이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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