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을 둘러싼 실무상 쟁점들
2024.05.27.
[노동팀 뉴스레터 제4호]
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해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스톡옵션과 같이 주식 등을 기초로 한 보상 제도는 오래전부터 이용돼 왔으나, 대부분 일회적·은혜적으로 지급돼 이를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통화 지급 원칙이 문제 될 여지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스톡그랜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새로운 형태의 보상 제도가 등장하고 그 활용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통화 지급 원칙에 관한 기업의 관심과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아래에서는 통화 지급 원칙과 관련해 실무상 문제 될 수 있는 쟁점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2. 통화 지급 원칙 관련 실무상 쟁점들
가. 임금성과 통화 지급 원칙의 관계
통화 지급 원칙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 금품에 대해 적용되는 원칙이다. 즉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닌 금품에 대해는 통화 지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그 지급의 형태가 제한되지 않는다. 근로자에게 지급된 어떠한 금품의 임금성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임금성 인정 요소와 부정 요소가 병존하기 마련이고, 법원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해 금품에 근로 대가성, 정기·계속성, 지급 의무성이 인정되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이때 당해 금품이 통화가 아닌 것으로 지급됐다는 사실이 임금성 인정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지 질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이 임금성 부정의 근거 중 하나로 통화 지급 원칙을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다수의견은 "복지포인트를 임금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통화 지급 원칙의 근간을 흔들어 장차 사용자가 통화 아닌 다른 것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규범적으로 폭넓게 허용할 가능성을 넓히게 되고, 그 결과 근로자의 실질적인 임금 확보를 위해 근로기준법이 이러한 규정을 마련한 취지를 훼손할 우려마저 있어 옳지 않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통화 지급 원칙은 임금 지급 방식에 관한 것일 뿐이고, 무엇이 임금인지를 정하는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이미 다수의 사례에서 '사용자가 근로의 대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한 금품이 비록 현물로 지급됐다 하더라도 근로의 대가로 지급해 온 금품이라면 (평균임금의 산정에 포함되는) 임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두19461 판결 등). 또한 금품 지급의 명칭이나 형태는 근로기준법과 판례가 제시하는 임금성 판단 기준과는 관계되지 않는 사정에 불과하다. 어떠한 금품이 통화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해 이를 이유로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를 임금성 부정 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오히려 통화 지급 원칙의 존재 의의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경계돼야 한다고 본다.
나. 통화 지급 원칙의 예외로 인정될 수 있는 관련 법령
한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을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단서). 선원의 근로조건 기준을 정하고 있는 선원법은 제52조 제4항에서 "선박소유자는 승무 중인 선원이 청구하면 선장에게 임금의 일부를 상륙하는 기항지(寄港地)에서 통용되는 통화로 직접 선원에게 지급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강제통용력이 있는 화폐가 아닌 외국통화를 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단서의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
위 선원법 조항과 같이 명시적으로 통화 외의 것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통화 지급 원칙의 예외가 인정되기 어렵다. 가령 상법이나 개정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2024. 1. 9. 법률 제19990호로 개정된 것)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부여의 근거가 되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스톡옵션이나 RSU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통화 지급 원칙의 예외를 규정한 법령으로 보기 어렵다.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통화 지급 원칙 예외 인정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과거 성남시는 이른바 '생활임금 제도'를 실시하면서 조례를 통해 "최저임금액보다 인상된 임금에 대해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초과분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는데, 이에 관해 법제처는 통화 지급 원칙의 예외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국 근로자에게 동일한 효력이 미치는 법령의 형식으로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에 한정되는 효력을 갖는 조례는 통화 지급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법제처 2019. 3. 27. 회신 18-0687 해석례).
다. 단체협약상 예외 조항
단체협약으로 가령 '성과급의 일부를 통화가 아닌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정하는 경우에도 임금을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단서). 다만 단체협약상 통화 지급 예외 조항은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이므로, 당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노동조합의 조합원(또는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는 비조합원)에게만 적용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단체협약으로 그와 같은 조항을 뒀더라도, 사용자가 당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근로자들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임금을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 내지는 노사협의회 협의·의결을 근거로 예외를 둘 수는 없을까. 이에 관한 행정해석이나 법원의 판결은 발견되지 않지만, 단체협약이 아닌 다른 합의를 근거로 통화 지급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것'이라는 문언을 명백히 벗어나는 해석이 돼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노사협의회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이들이 사용자와 체결한 문서는 원칙적으로 단체협약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 평균임금 산입 여부 및 산입 방법
한편, 만약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통화 외의 것으로 지급된 경우 평균임금 산정 시 이를 반영해야 할까.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 총액을 계산할 때 통화 외의 것으로 지급된 임금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문언만 보면 통화 외의 것으로 지급된 임금은, 통화 지급 원칙 위반 여부와는 별개로, 평균임금에는 산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해석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법원은 다수의 사례에서 현물로 지급된 금품을 평균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위 시행령 조항은 모법인 근로기준법에 이에 대한 근거가 없음에도 시행령으로 평균임금 산입 범위를 축소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무효라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위 시행령 조항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라면 통화 외의 것으로 지급됐더라도 평균임금 산정 시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구체적인 반영 방법이다. 특히 주식 등과 같이 그 가치가 고정돼 있지 않고 증감 변동하는 금품이 지급된 경우가 문제된다. 가령 부여 후 일정 기간(가득 기간)이 도과한 뒤에 구체적인 지급 청구권이 발생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연말에 임금의 일부로 지급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에는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때 이전 12개월 중에 RSU를 부여받았을 것을 전제로, RSU 부여 당시 계약서에 명시한 부여액을 기준 금액으로 해, 그 기준 금액을 12개월로 분할 계산해 평균임금 산정 기초에 산입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RSU는 주가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라 그 평가액이 변동된다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는 있으나 (ⅰ)가득 기간이 도과하기 전에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할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가득 기간 도과 시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불가능한 점, (ⅱ)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자의로 평균임금이 높게 산정되는 시점을 선택할 수 있어 불합리한 점, (ⅲ)세법상 근로소득 산정 기준과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 산정 기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닌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이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마. 통화 지급 원칙 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
근로기준법은 통화 지급 원칙을 위반해 임금을 지급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제109조 제1항). 그런데 지급된 금품의 근로기준법상 임금성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도 통화 지급 원칙 위반을 이유로 근로기준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통화 지급 원칙 위반에 관한 것은 아니나, 대법원은 "임금 등 지급 의무의 존재에 관해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5도1681 판결 등). 그렇다면 통화 외의 것으로 지급된 금품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음을 다툴 여지가 있다. 단, 회사로서는 당해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 두고, 이를 근로자들에게 설명해 둘 필요가 있다.
한편, 통화 지급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성립하는 근로기준법 위반죄는 반의사불벌죄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이와 관련해, 가령 주식 등을 부여하면서 그 부여 계약에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향후 이를 제출하는 경우 처벌불원 의사가 있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그러나 친고죄에서 피해자의 고소권은 공법상의 권리이므로 고소 전에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의사불벌죄의 경우에도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미리 해두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계약 내용이 반사회 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여 계약을 통해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했더라도, 향후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별도로 근로자의 명시적인 처벌불원 의사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될 필요가 있다.
3. 마치며
새로운 형태의 보상 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향후 통화 지급 원칙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유연한 적용이 요구될 것이나, 동시에 근로자의 실질적인 임금 확보 및 생활 보장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돼서도 아니 될 것이다. 통화 지급 원칙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이 추후 법원의 판결을 통해 보다 명확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은 문옥훈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4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0&gopage=1&bi_pidx=36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