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 · 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을 때 직접 고용되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2024.05.27.
[노동팀 뉴스레터 제4호]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경우에 적용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는 반면,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을 경우에는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아니 될 것'이라고 해 소극적 형태로만 규정하고 있다(제6조의2 제3항).
따라서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해야 하는데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 적용할 근로조건은 무엇인가가 문제된다.
예컨대 사용사업주가 파견 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 사용사업주에 새로 고용돼야 할 파견근로자에게 어떤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최근 대법원은 H 공사(피고)의 고속국도 톨게이트에서 '통행료 수납 업무'를 수행하는 외주사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이 파견법에 의해 피고에게 직접고용이 간주됐거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임금 등 또는 그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이에 관해 새로운 법리를 밝혔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3303, 2019다223310(병합)].
같은 날 대법원은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피고와 직접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용역업체에 소속돼 피고의 '상황실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거나 피고에게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임금 등 또는 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위 법리를 재확인하며 그 내용을 보충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2829, 2019다222836(병합)]
이하에서는 대법원이 제1판결과 제2판결에서 어떠한 법리를 제시했는지를 간략히 살펴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제1ㆍ2판결의 주요 내용
대법원은 제1·2판결에서 "파견근로자와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한 사용사업주의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도 사용사업주가 파견 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했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구체적 판시 내용은 아래 ①~④의 내용과 같다.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는데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인해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 법원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고용 형태나 직군에 따른 임금체계 등), 파견법의 입법 목적, 공평의 관념,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다른 파견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의 내용 등을 종합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했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이 파견근로자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은 본래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형성했어야 하는 근로조건을 법원이 정하는 것이므로 한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는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대법원은 제1판결과 제2판결에서 구체적인 결론은 달리했다.
선행 판결에 의해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되거나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된 원고들(통행료 수납원)은 1판결 사안에서 피고의 조무원 등에게 적용되는 현장직 직원관리예규를 적용해 임금과 복리후생비 또는 그에 상당한 손해배상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인용한 원심을 수긍했다. 위 예규는 피고가 현장에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정한 취업규칙인 점, 조무원은 단순·반복적인 잡무를 처리하는 직종 전부를 지칭하므로 원고들과 같은 통행료 수납원도 이에 포함될 수 있는 점, 2014년 이후 현장직 직원에 대해 근로 가치를 동등하게 평가하고 있었던 점, 외주화 이전에 통행료 수납 업무를 담당한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이 그 당시 청소원, 경비원 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보다 다소 높았던 점 등을 논거로 삼았다.
반면, 제1판결 사안과 동일하게 원고들(상황실 보조원)이 조무원 등에게 적용되는 현장직 직원관리예규를 적용해 임금과 복리후생비 또는 그에 상당하는 손해배상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한 제2판결 사안에서, 대법원은 조무원으로 근무하는 근로자 중 원고들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제2판결 사안에서 원고들은 업무의 내용, 근무 형태, 근로의 가치, 임금구조 등에 있어서 피고의 조무원과 같거나 그보다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제1ㆍ2판결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제1·2판결에서 대법원이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근로조건을 직접 판단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선 노동관계 당사자가 아닌 법원이 근로가치를 비교, 판단하고 적당한 근로조건을 사후에 결정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근로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노동관계 당사자의 몫이고 사적자치의 영역이다. 비록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 관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사이에 협상된 용역비(인건비) 수준과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약속된 근로조건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근로조건이 약정됐을 경우 어느 수준일지를 가늠할 때도 중요한 준거로 활용돼야 한다.
다음으로 제1·2판결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액의 적극적인 석명권 행사 내지 직권 판단이라는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겠으나, 파견법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제기될 수 있다. 파견법은 일정한 경우 사용사업주에 대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경우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나눠서 후자의 경우에는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제한만을 부과하고 있다(제6조의2 제3항). 이는 후자의 경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때 "기존 근로조건보다 동등하거나 그보다 높은 수준의 근로조건으로 고용계약의 내용을 형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양 당사자 간 새로운 합의가 있어야 근로조건이 형성되는 것으로 본다면, 사용사업주가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 수준 혹은 그 이상을 제시하며 직접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파견근로자는 제시된 근로조건보다 높은 근로조건을 주장하며 고용계약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기존 근로조건 이상이라는 제한 범위 내에서) 협상의 영역에 있고, 고용관계를 시작함에 있어서 근로조건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위와 같은 상황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또한 제1·2판결처럼 새로운 법리를 적용할 때에는 한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은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며,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제1·2판결이 마치 사용사업주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가장 낮은 수준의 근로조건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로 잘못 해석되지 않아야 한다. 관련해 하급심도 ①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이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 근로조건의 하한만 설정했을 뿐 적극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가장 낮은 수준의 근로조건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일부 국회의원들은 이 사건 조항을 '사용사업주와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했던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근속년수에 비례해 사용사업주와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 중 최저 수준의 근로조건보다 하회할 수 없다'로 개정하려고 했으나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②위 조항은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됐더라면 적용받을 수 있었던 정당한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지 정당한 근로조건을 넘는 이익을 파견근로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사용사업주에게 파견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부과하려는 조항은 아닌 점, ③사적자치 원칙에 따라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고, 파견법이 이에 개입해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둬야 하는 점 등을 근거로 파견근로자에게 사용사업주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가장 낮은 수준의 근로조건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마지막으로, (위 쟁점과 다소 벗어난 주제이지만) 제2판결의 원심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피고에 관한 임금채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그 소멸시효를 3년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는데, 대법원은 제2판결에서 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에 대법원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에 비해 차별 처우한 것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해서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제2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를 인정한 부분과 대비된다. 파견근로자 차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달리,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단기 소멸시효를 적용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인지 궁금하다.
제1·2판결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해야 할 때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 적용할 근로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최초로 법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사적자치 원칙에 대한 예외를 확대하는 것이고,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에서 명시하지 아니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해석을 통해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 인정에 있어 엄격해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박재우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4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0&gopage=1&bi_pidx=36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