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고려 사항
2024.03.26.
들어가며
직원의 비위 혐의가 발견돼 이를 회사가 조사하고 징계하기까지, 인사담당자는 상당한 시간에 걸쳐 여러 단계의 내부 절차를 진행하며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최근 근로자들이 징계의 정당성을 다투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징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판례는 절차의 하자가 있는 징계는 실체적 징계사유의 존부를 불문하고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므로(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25889 판결), 인사담당자로서는 징계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절차적인 사항을 면밀히 챙겨야 한다.
이하에서는 징계 처분에 이르기까지 인사담당자가 특히 놓치거나 고민할 수 있는 사항을 4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1단계 : 단체협약, 취업규칙, 인사 규정, 상벌 규정 등의 철저한 확인
징계는 기업 내 질서문란 행위에 대해 사용자의 재량과 권한에 따라 이를 제재하는 조치이며 노동관계 법령에서 해고통지 외에 그 절차를 따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징계 절차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정한 사규에 따르게 된다.
그런데 최초로 취업규칙, 징계 규정 등을 제정할 당시, 내부 행정적인 고려 사항을 반영하거나 규정의 충실성을 위해 징계 절차를 특별히 상세히 규정한 경우가 있고, 이때 이러한 세부 절차를 간과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특히 해당 징계 절차 관련 규정이 다소 사문화됐다고 하더라도, 징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이전에 관련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노조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에 취업규칙과 충돌하거나 추가적으로 정한 징계 절차 규정이 있는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실무적으로 자주 문제 되는 쟁점은 ①소명 기회 부여 여부, ②징계 시효 도과 여부, ③징계위원회 위원 구성의 하자, ④징계위원회 출석 통지의 하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징계 의결 요구권자의 오류 등 내부 결재의 문제, 출석통지공문에서의 수신자 오기재, 징계사유의 병합심리 등 상당히 지엽적이거나 형식적인 것에 불과한 절차 위반을 문제삼는 경우도 확인된다[서울행정법원 2023. 4. 20. 선고 2022구합54924 판결(항소심 계속 중),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2. 15. 선고 2017가합104123 판결(항소심에서 확정), 대전고등법원 2020. 5. 13. 선고 2019나16497 판결(확정) 등].
위와 같은 경미한 절차적 하자에 대해, 법원은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방어권이 보장됐다고 봐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적인 하자와 관련된 피로하고 무익적인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는 세부적인 절차를 모두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단계 : 적극적인 소명 기회의 부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 징계 규정에서 징계 대상자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규정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법원은 이러한 징계 절차를 위반해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가 절차적 정의에 반해 무효라는 입장이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8077 판결).
다만 이때의 소명의 '기회' 부여는 소명 자체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 직원에게 소명 기회를 주었는데도 스스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징계위원회에서 발언을 거부하는 등 소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징계 절차는 속행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1다30620 판결).
또한 법원은 사규에서 '서면 또는 구술'에 의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도록 한 경우 둘 중 하나의 방법으로만 소명 기회를 제공해도 무방하고 반드시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의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대구고등법원 2017. 9. 1. 선고 2016나23589 판결(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 다만 실무적으로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구술로 소명할 기회를 주면서도 추가로 서면 진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나아가 법원은 징계 대상자가 비위행위에 대한 경위서를 제출했더라도, 그 경위서가 징계 절차에서 소명자료로 활용되거나 징계위원회가 개최된다는 사정을 전달받지 못했고 경위서에서 일부 징계사유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정도에 불과하다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9. 19. 선고 2013가합552196 판결). 즉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의 기회는 형식적으로만 부여돼서는 안 되고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소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인사담당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합리적 범위에서는 대상 직원이 많은 소명자료를 제출할수록 사용자가 징계 사유와 양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보다 유리하게 기능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 직원의 소명 기회를 사규의 문언에서, 또는 판례에서 정한 대로만 엄격히 제한해 인정하는 것보다는 유연한 태도로 가능한 적극적인 방어권 보장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3단계 : 징계위원회 구성
사규에 정해진 징계위원회 구성을 따르는 범위 내에서 인사담당자는 위원을 구체적으로 누구로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이는 회사 내 인력 구성 및 사안의 중대성, 대상 직원의 지위 등을 고려해 사용자가 재량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나, 징계 절차의 정당성 확보와 분쟁 방지의 관점에서도 고려할 부분이 있다.
대상 직원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대상 직원이 신뢰할 수 있는 상급 임원을 위원으로 포함한다면 회사가 보다 공정한 판단을 내린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대상 직원이 징계 결과를 수긍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비교적 고위 직급의 직원에 대한 징계가 문제 될 경우는 대상 직원보다 높은 직급의 위원들로 구성하는 것이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취업규칙 등에 별도로 위원에 대한 제척·회피 관련 규정이 없더라도, 징계와 관련해 대상 직원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자는 위원으로 포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사외 변호사, 노무사 등 외부 자문위원이 위원회에 참석함으로써 대상 직원의 법적인 이슈 제기나 돌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도 있으며, 대상 직원 역시 징계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인식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이 외부 위원이 참석하는 것에 대한 사규상 근거가 없다면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대상 직원에게 이의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노조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에 징계위원회에 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징계에 관해 노동조합과의 협의 또는 합의를 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절차도 준수돼야 한다. 대법원도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노동조합의 대표자를 참여시키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를 위배했다면 징계가 무효라고 봤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4다3612 판결, 1996. 6. 28. 선고 94다53716 판결 등 참조).
4단계 : 징계위원회 진행
구체적으로 징계위원회 개최 장소와 시간을 선정하는 것 역시 인사담당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에 대한 별도의 사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징계의 절차적 하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나, 실질적인 방어권 보장을 고려하면 고민할 부분이 있다.
필자의 경험상 대상 직원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사업장 내 또는 인근에, 동료 직원들과 마주칠 일이 적고 보안이 유지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시간에 있어서는 통상적인 근무시간 내에, 너무 짧은 시간을 한정하기보다는 충분한 소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유롭게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좋겠다.
한편 추후 분쟁의 방지를 위해 징계위원회 진행 내용을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징계위원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대상 직원의 명시적인 동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원은 상대방의 비동의 녹취에 관해 비록 조사나 징계위원회 상황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음성권 침해를 인정한 사례가 상당수 있고(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등), 기업이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비동의 녹취를 강행할 이점은 거의 없다. 실제로 대상 직원은 회사의 녹음 취지를 설명하면 큰 이견 없이 동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녹음을 거부하더라도 참관인을 두는 방식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다.
특히 판례는 대상 직원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종전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충분한 변명을 했다면, 이전에 발생한 절차상 하자는 치유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3. 7. 16. 선고 92다55251 판결 참조). 따라서 대상 직원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면 지금까지의 징계 절차에 이의가 있는지를 구두로 확인하고, 이의가 없다는 답변을 받으면 이를 녹음하거나 의사록에 적절히 기재해 둠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대상 직원이 징계위원회에 변호사 또는 노무사 등 대리인의 동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회사는 방해가 예상되거나 비밀 누설 염려가 있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이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요구가 있는 사안은 대개 회사와 직원 간의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있거나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은데, 이때 변호사 등의 동석은 대상 직원과의 원만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추후 분쟁 제기 가능성을 낮추는 등 긍정적으로 기능할 것이다.
맺으며
회사의 징계는 대상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인사담당자로서는 예민하고 간혹 폭력적인 직원들의 컴플레인을 대처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 직원과의 접촉을 꺼리거나 회사의 엄중한 인사권을 보여주려는 취지에서 방어권을 일부 제한하는 경우도 보이는데, 이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징계를 함에 있어 대상 직원의 모든 부당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특히 기본적인 절차를 철저히 지키면서도 인사담당자의 유연한 태도로 이루어진 징계여야 '기업 내 질서 유지'라는 그 본래적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최현정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1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0&gopage=1&bi_pidx=36245&sP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