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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이전과 단체협약의 승계

2024.03.26.

[노동팀 뉴스레터 제3호]


1. 문제의 소재


인수합병 등 M&A 시 노동조합의 지위 및 단체협약의 승계가 종종 문제된다. 주식ㆍ경영권 인수의 경우엔 기업의 법인격이나 근로자의 소속에 아무런 변경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고, 합병이나 영업의 전부양도의 경우에도 (사업 및 근로자 집단 전체가 이전된다는 점에서) 기존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이 그대로 승계된다는 점에 대해 별다른 이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업의 일부와 근로자들(조합원들) 중 일부만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영업의 일부양도'와 '회사분할'의 경우다.

 

2. 노동조합의 지위


영업의 일부양도나 회사분할의 경우, 영업을 양수하는 기업이나 분할 신설되는 법인(이하 통칭해 '새로운 기업')으로 이전된 근로자들이 기존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지, 또한 이에 따라 기존 노동조합이 기존 기업과 새로운 기업 양쪽의 근로자들을 모두 조합원으로 갖는 초기업별 노조로 전환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는 결국 기존 노동조합이 새로운 기업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등 노조로서의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법원은 아래에서 살펴볼 회사분할 시 단체협약이 승계되는지에 관한 사안들에서 (비록 노동조합 지위 유지 여부가 직접적인 쟁점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기업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의 지위가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단체협약 승계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도 "하나의 기업이 두 개의 기업으로 분할이 예정된 경우라면 규약 개정을 통해 2사 1노조 형태의 노동조합으로 유지하거나 노동조합의 분할 결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 회사분할 시 노동조합의 지위는 새로운 기업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노사관계법제과-816, 2019. 3. 20). 다만, 영업의 일부양도 사안에서는 "A 공사 소속의 일부 사업단이 폐지되고 그 영업부분이 새롭게 설립 되는 B 공사로 양도되는 일부양도의 경우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은 원래 기업에 존속하는 것이고 양수법인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고 해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노사관계법제과-2319, 2016. 11. 7.).


이에 관해 새로운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겠으나, 기업과 노동조합은 별개의 독립된 존재라는 점, 기업 측의 분할 등에 따라 노동조합과 조합원 지위에 본질적인 영향이 발생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 등에서 기존 노동조합과 조합원 지위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기존 노동조합은 기존 기업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업으로 이전된 근로자들을 여전히 조합원으로 보유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기존 노동조합은 관련 규약을 이러한 실질에 맞도록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3. 단체협약의 승계 여부


가. 기존 법리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위와 같이 기존 노동조합 지위의 승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면서도, 단체협약의 승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회사분할 시 단체협약의 승계와 관련해 단체협약 중 규범적 부분은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협약당사자가 아닌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적 근로관계를 강행적ㆍ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규범적 효력을 갖고 있어 그대로 효력이 있지만,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정한 "채무적 부분"은 위와 별도 규정이 없고 상법 규정에 따라 분할계획에서 정한 바에 의해서만 승계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7. 선고 2019가합540157 판결[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11.자 2017카합80551 결정, 인천지방법원 2019. 4. 11.자 2019카합10014 결정). 고용노동부도 회사분할 시 단체협약이 자동승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노사관계법제과-816, 2019. 3. 20.).


영업 일부양도의 경우 채무적 부분을 포함한 단체협약이 승계되는지는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대법원은 영업의 일부양도 사안에서 "일반적으로 근로자를 그대로 승계하는 영업양도의 경우에 있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의 단체협약도 잠정적으로 승계되어 존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해 단체협약의 승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으나(대법원 1989. 5. 23. 선고 88누4508 판결), 해당 사안은 규범적 부분인 해고 절차가 문제된 사안이어서 채무적 부분에 대해서까지 명확한 판단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은 체결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고 기업의 일부 사업부문이 양도되더라도 기조 단체협약의 체결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계속 존속하게 되므로 기업의 일부 사업부문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는 경우 달리 볼 사정이 없는 한 기존 단체협약이 양수기업에 승계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 단체협약의 승계를 부정하고 있다(노조 01254-62, 2002. 1. 21.).


나. 검토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근로조건 등과 같은 규범적 부분은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더라도 '단체협약의 여후효(餘後效)'에 의해 그대로 효력이 유지되므로(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13747 판결), 규범적 부분과 관련해 실질적인 다툼이 발생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조합 사무실 제공, 근로시간 면제, 조합비 일괄 공제 등과 같이 기업과 노조 간의 관계를 다룬 채무적 부분이다.


앞서 살펴본 법원 판결이나 단체협약의 승계를 부정하는 견해는 근로자들과의 관계와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구별돼야 한다는 점, 노동조합과 기존 기업 간의 관계에 관한 채무적 부분은 기존 기업과는 조직과 구성 등이 다른 새로운 기업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 등을 실질적인 근거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는 (i)영업양도나 회사분할은 일종의 포괄적 이전으로서 기존의 근로관계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러한 측면에서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점, (ii)노동법은 민법이나 상법 등 일반법에 대한 특별법의 성격을 갖는바, 노동법 관계에 회사분할에 관한 상법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 (iii)채무적 효력을 인정한다고 해 기존의 조합 사무실이 있음에도 새로운 기업이 조합 사무실을 추가로 제공해야 하는 등의 중첩적ㆍ추가적 의무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즉, 노동조합에게 기존 상태보다 더 유리한 상황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님), (iv)채무적 효력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근로시간 면제가 인정되지 않아 근로시간을 면제받은 노조 집행부가 즉시 현업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조합비 일괄 공제도 인정되지 않아 노조 운영비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노동조합 운영과 근로자들의 단결권 행사에 상당한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법원의 견해와 같이 단체협약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게 되면 기존 노동조합은 새로운 기업에 조합원을 두고 있음에도 새로운 기업과 체결한 단체협약이 없는 상태가 된다. 법원이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단체협약의 여후효를 인정하는 것과 유사한 취지로 보이고, '(규범적 부분에 관한) 단체협약 자체의 승계'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설령 규범적 부분에 관한 단체협약 자체의 승계를 인정하더라도 채무적 부분에 관한 단체협약은 없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상당수의 경우 기존 노동조합으로서는 조합원들의 근로관계가 새로운 기업으로 이전됨과 동시에 해당 기업에게 바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만약 새로운 기업에 (특히 영업의 일부양도의 경우) 해당 기업 소속의 기존 근로자들로 구성된 다른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라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위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까지는 단체교섭 요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전자와 같이 바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실질적인 문제가 적을 수 있으나, 후자와 같이 한동안 단체교섭도 요구하지 못하고 채무적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집행부를 비롯한 상당수 조합원들이 새로운 기업으로 이전된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이와 관련해 아직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은 없는바, 새로운 주장과 쟁점의 등장 등으로 인해 대법원에서 기존의 하급심 판결과 다른 판결을 하게 될지 등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 본 칼럼은 김완수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1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0&gopage=1&bi_pidx=36253&sP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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