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업체가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4.03.26.
[노동팀 뉴스레터 제3호]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30. 11. 15. 설립되어 상시 약 5,500명을 사용하여 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입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17. 8. 31. 택배기사 등 전국의 택배와 관련된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여 조직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수는 약 5,500명이며, 참가인에는 원고의 167개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를 포함한 약 1,200명의 택배기사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참가인은 2020. 3. 12. ‘1) 서브터미널에서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2) 서브터미널에서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 3)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택배기사 1인당 1주차장 보장, 우천 시 상품 보호 시설 설치), 4) 주5일제 실시, 5) 급지수수료 인상 · 개선, 6) 사고부책 개선’의 6가지 의제에 대하여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원고는 2020. 4. 2. 참가인에게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 이에 참가인은 2020. 5. 8. 및 2020. 5. 18. 원고에게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다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2020. 5. 20.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와 같은 취지로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참가인은 2020. 9. 29. 원고의 집배점 택배기사에 대한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1. 30. ‘원고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구제신청을 각하하였습니다.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2021. 1. 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6. 2. ‘원고는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실질적 · 구체적인 지배 ·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참가인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의 이 사건 구제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중앙2021부노14,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서울행정법원)은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제2심(서울고등법원)은 원고 등이 아래와 같이 제2심에서 강조하거나 새로이 한 주장에 대한 판단을 아래와 같이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제2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는 같은 항 제4호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
①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취지는 헌법이 규정하는 노동3권을 구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단결권과 관련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제4호)뿐 아니라 단체교섭권과 관련된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제3호)에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② 근로계약을 중심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와 집단적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사용자는 그 기능과 법률관계를 달리하는 당사자이다. 부당노동행위는 근로계약상의 위법행위가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법에 특유한 위법행위인바, 현실적인 근로계약의 당사자인가 여부로서 사용자 개념의 기준을 도출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할 것인데, 단체교섭의 대상인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하는 자와 단체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집단적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 등을 결정·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노동3권에서 중심적 지위를 갖는 단체교섭권은 그 개념상 노동조합과 사용자라는 사인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는 사용자의 불성실한 태도에 따라 헌법상 명시적으로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더라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따라 그 의미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그 구체적 해석 기준은 선례의 집적을 통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뿐더러,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0.8.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③ 헌법이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 등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이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자율적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위 헌법재판소 94헌바13·26, 95헌바44(병합) 결정 참조], 여기에서 단체교섭의 당사자는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④ 원고가 사용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발생하는 구체적 의무는 참가인 조합과의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는 것일 뿐 원고에게 참가인 조합의 요구 내용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까지 발생시키는 것은 아닌 점, 기존 원사용자인 집배점 단위에서 체결한 단체협약과는 교섭 대상의 범위가 다른 점 등에 비추어, 원고와 참가인 조합 사이의 단체교섭이 기존의 하청 노동조합 및 원사용자 간 법률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가하여 당사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⑤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과정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법률로 규율하지 않고 노사 간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으로 남겨둘 수도 있는 것이므로(헌법재판소 2002.12.18. 선고 2002헌바12 결정 참조), 위와 같은 사용자 개념의 해석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 노동조합법이 규정하고 있는 단체교섭 절차 및 과정과 관련된 개별 규정들에 온전히 포섭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기본권으로서의 단체교섭권의 행사 범위를 제한할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에 따르더라도 모든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만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는 것이므로, 원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위에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한 후 교섭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대상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사내하도급 사업장이나 공공기관의 자회사 등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노사관계 실무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현재 동일한 쟁점으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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