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근로자들의 근로의무를 해제하는 휴일은 아니고, 전사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4.03.26.
[노동팀 뉴스레터 제3호]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2. 2. 선고 2023나2035761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피고 노사협의회의 전사 근로자대표와 2012. 4.경부터 현재까지 매년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와 취업규칙에 의한 유급휴일을 유통산업발전법에 의거한 점포별 의무휴업일로 대체하여 사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습니다.
먼저 원고들은, 휴일 대체는 ‘휴일’과 ‘근로일’을 대체하는 것, 즉 근로자에게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A일)’과 근로의무가 있는 ‘근로일(B일)’을 맞바꾸어 근로자는 A일에 근로하되 B일에 쉬는 것이므로, 이 사건 합의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따른 의무휴업일’을 유급휴일을 대체하는 휴일로 정한 이 사건 합의는 위법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들은, 피고와 휴일대체 서면합의를 한 전사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근로자대표’가 아니므로, 피고와 전사 근로자대표가 휴일대체 합의를 하였더라도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이 사건 합의가 위법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따른 의무휴업일’(이하 ‘의무휴업일’)이라고 하여, 곧바로 근로자들의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근로자들의 근로의무를 해제하는 휴일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휴일은 사용자에게 부여 의무가 법률상 강제되는지에 따라 ‘약정휴일’과 ‘법정휴일’로 구분된다.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관행 등에 따라 정해진 휴일이 ‘약정휴일’, 법률에 따라 정해진 휴일이 ‘법정휴일’이다. 피고의 취업규칙∙근로계약에서는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한 바 없고, 피고의 단체협약으로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하였다거나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의무휴업일은 약정휴일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률에 따라 정해진 휴일은 근로기준법 제55조,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 각 호(제1호는 제외)에 따른 공휴일 및 같은 영 제3조에 따른 대체공휴일을 말한다. 여기에는 의무휴업일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의무휴업일은 법정휴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의무휴업일은 약정휴일이나 법정휴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의 취업규칙, 근로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근로일에 해당한다. ②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법문에는 의무휴업을 명하는 목적에 “근로자의 건강권”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의무휴업일이 곧 근로자들의 근로의무를 해제하는 법정휴일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는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여야 한다고 정할 뿐,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한다거나 근로자들의 근로의무를 면제한다고 정하지는 않는다. ③ 의무휴업일이 법정휴일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제1항 본문의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근로자들은 매월 이틀의 추가 휴일을 얻게 된다. 반면, 그보다 규모가 작거나,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점포(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5퍼센트 이상인 대규모점포 등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대규모점포 등)의 근로자들은 그러한 추가 휴일을 얻지 못한다. ‘점포의 규모’나 ‘매출액 중 농수산물 비중이 얼마인지’는 해당 점포 근로자의 노동 강도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음에도,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제1항 본문의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근로자들에게만 매월 이틀의 추가 법정휴일을 주는 것은 불균형하고 부당하다. |
아울러 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에서 피고와 휴일대체 서면합의를 한 전사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근로자대표’에 해당하므로, 전사 근로자대표와의 이 사건 합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와의 합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 ① 피고의 근로자들은 자주적으로 사업장 근로자위원을, 사업장 근로자위원은 사업장 근로자대표를, 사업장 근로자대표는 전사 근로자대표를 각각 선출하므로, 전사 근로자대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었다.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은 반드시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선출되는 방식으로만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② 원고들은,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이 전사 근로자대표를 선출하기는 하나 일반 근로자들은 전사 근로자대표의 후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업장 근로자대표는 일반 근로자와 사업장 근로자위원으로부터 전사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사 근로자대표의 선거권을 가지는 사업장 근로자위원들에게 전사 근로자대표 후보에 관한 정보가 제공되었다면,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긍정할 수 있다. ③ 사업장 근로자위원의 피선거권에 나이(만 20세 이상), 경력(2년 이상 근무), 징계 내역(최근 2년간 견책 이상 징계를 받지 않았을 것)에 따른 제한을 둔 것은, 근로자들로부터 신망을 얻어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하기 위한 자격요건이므로 그 합리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제한은 피고의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민주적 정당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④ 사용자와 휴일대체 서면합의를 할 권한을 갖는 근로자대표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이다(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이므로,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해당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의 위원장에 대한 선거권이 없다)에 대해서도 대표한다.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은, 말 그대로 과반수를 대표하는 것이므로 그 과반수에 포함되지 않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이 근로자대표가 된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은 반드시 전체 근로자에게 선거권이 있어 그 전체 근로자의 투표로 선출되어야만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과반수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피고의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에 대해서 선거권 제한(스태프 사원과 1년을 초과하여 휴직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음)의 성격∙범위를 고려하면 그 제한에 따라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한 근로자를 제외하더라도, 사업장 근로자위원에 대한 선거권을 갖는 근로자들은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가 된다. 나) 노사협의회 운영규정에 따른 전사 근로자대표의 권한 및 그 권한의 공지 ① 피고의 노사협의회 운영규정 제14조에서는 “전사 근로자대표가 전 사원을 대표하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한다. 피고는 노사협의회 운영규정을 회사 내에 실물 자료로 배치하였고, 피고의 노동조합인 C지부(이하 ‘C지부’라고만 한다. 피고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아니다) 역시 홈페이지에 피고의 노사협의회 운영규정을 게시하여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② 피고는 노사협의회의 사업장 근로자위원을 선출하는 선거 공고를 하면서, 일반 근로자들이 선출하는 사업장 근로자위원들이 사업장 근로자대표를,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이 전사 근로자대표를 각 선출하며, 이렇게 선출된 전사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갖는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다) 휴일대체 합의(이 사건 합의) 무렵 진행된 의견수렴 및 공지 ① 피고의 전사 근로자대표는 2012년 무렵부터 계속하여 피고와 휴일대체 합의인 이 사건 합의를 하였고, 피고의 근로자들은 전사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지위에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② 피고는 2020. 6. 3. C지부에 전사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가지며 매년 전사 근로자대표와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재한 공문을 발송하였다. C지부는 전사 근로자대표의 정기적인 이 사건 합의 체결 사실을 알면서, 그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③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의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1994. 6. 24. 선고 92다28556 판결)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들의 동의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반면 이 사건은 ‘전사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이 사건 합의에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는 요건이 아니다. 라) 그 밖의 사정들 ①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의 선출방법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관하여 확립된 법리도 없다. ② 현재 피고 내에서 ‘전사 근로자대표’ 외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할 기관이나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전사 근로자대표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로 보지 않는다면, 피고로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연장근로의 제한, 보상 휴가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야간근로와 휴일근로의 제한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각 사항을 협의∙합의할 상대방이 없다. 나아가 피고는 약 167개에 달하는 본사 및 점포를 두고 있고 피고의 각 점포는 전국 각지에 분산되어 있으므로, 위 각 사항을 협의․합의할 안건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건강권은 반드시 의무휴업일을 ‘종래 보장받던 휴일 외에 추가적으로 부여되는 법정휴일’로 해석해야만 도모되거나 증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법문에 의무휴업을 명하는 목적에 “근로자의 건강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무휴업일이 곧 근로자들의 근로의무를 해제하는 법정휴일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휴일대체 제도의 취지는 사용자 측의 영업 여건상 휴일에 근로자로 하여금 근무하도록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경우에, 휴일에 근무하고 그 대신 통상의 근로일을 휴일로 하는 것이 근로자들의 사정에 따라 불이익하게 작용할 수 있어 미리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그러한 규정을 두거나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건강권과 이해당사자의 합의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전사 근로자대표’가 (i) 사업장 노사협의회에 뿌리를 두고 ‘간접선거’ 방식으로 (ii)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갖는다는 점만을 명시한 상태에서 선출되었더라도, 그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서면으로 체결한 휴일대체 합의는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제24조 제3항)를 근로자대표로 정의하고 있으나, 그 선출 방식의 유효성이 직접 다투어진 선례는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대표 선출 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라고 대표권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표시하여 선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행사하는 대표권 내용을 구체적으로 주지시킨 상태에서 선출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2538, 2020. 6. 25.)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실무적으로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또는 그 대표자)이 근기법상 ‘근로자대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더라도) 근로자위원 선출 당시부터 구체적인 대표권 내용이 주지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등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갖추어야 하는 민주적 정당성의 의미와 그 선출 방식에 대하여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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