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를 이유로 한 징계처분이 부당하다고 본 사례
2024.01.29.
[노동팀 뉴스레터 제2호]
대상판결: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18다288662 판결
1. 사안의 개요
세종시 C 산업단지(이하 ‘이 사건 산업단지’) 내 주식회사 D 공장(이하 ‘D공장’)에서 2016. 7. 26. 오전 07: 56 무렵과 09: 30 무렵 두 차례에 걸쳐 화학물질인 티오비스(황화수소를 발생시키는 데, 황화수소는 인체에 유독한 독성 강한 기체) 약 300ℓ가 누출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누출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로서 P 노동조합 Q 지회장입니다.
08:06 무렵 세종시 소방본부 선착대가 도착하였습니다.
소방본부는 08:30 무렵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를 하라’는 취지의 대피방송을 하였습니다. 09:20 무렵에는 반경 1km 내에 있는 마을의 이장들을 통하여 마을 주민들에게 창문을 폐쇄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대피방송이 이루어졌습니다.
09:07 무렵부터 이 사건 누출사고 다음 날 20:32 무렵까지 근로자들 30여 명이 두통, 어지러움, 오심, 구토 등을 호소하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누출사고 당일 09:00에 누출사고 발생 소식을 듣고 09:40 무렵 고용노동부에 대책마련을 요청하였으며 이 사건 사용자 측에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이후 10:00 무렵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원고에게 대피를 권유하였습니다. 원고는 10:46경 피고 회사에 대하여 대피명령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질의한 결과 소방본부로부터 ‘이미 대피방송이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당시 작업 중이던 P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28명에게도 대피하라고 하였고 그에 따라 11:30 무렵 조합원 25명이, 11:50 무렵 조합원 3명이 작업을 중단하고 피고 회사의 작업장에서 이탈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가 ’ 작업장을 무단이탈한 후 주간 근무 중인 조합원 28명에게도 임의로 작업을 중지하고 집단으로 무단이탈할 것을 지시한 행위’, ’11:00~11:20경 피고 회사 안전책임자의 수차례에 걸친 정당한 작업 복귀 요청에 불응하고 소속 주간근무 조합원 28명과 함께 작업장 및 사업장을 무단이탈한 행위’를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에게 정직 3개월의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정직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이 사건 누출사고 당시 이 사건 사용자 직원들에 대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근로자가 재난지휘통제소를 방문하여 객관적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상황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거부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근로자가 노조활동으로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이 사건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적법하지 아니하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사용자의 정직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근로자가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누출되었고 이미 대피명령을 하였다’는 소방본부의 설명과 대피를 권유하는 근로감독관 발언을 토대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대피하면서 노동조합에 소속된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대피를 권유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는 독성이 강한 기체이다. 당시 반경 100~150m 내에 있는 공장 근로자들에 대해 대피를 유도하였고 반경 1km 내에 있는 마을 주민들에 대하여 대피방송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사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10m 이상의 지점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아니하였더라도 황화수소의 분산으로 인한 피해 범위를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고 상당한 거리까지 유해물질이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실제로 이 사건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경과한 이후에도 오심, 어지럼증,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하였고, 누출사고지점으로부터 200m이상 떨어진 공장에서도 오심, 구토,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발생하였다. |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의 요건 중 하나인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하고,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의 정당성을 옹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을 느낀 경우에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작업중지권 행사의 정당성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재난지휘통제소를 방문하지 않은 사정이 작업중지권 행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본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