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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의 조사절차, 범위, 가해자 대응방안에 관한 판결

2024.01.29.

[노동팀 뉴스레터 제2호]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도입된 이래 어느덧 4년이 경과했다.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해석과 적용,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논의도 우리 노동계와 사회 전반에서 몰라보게 활발해졌다.


이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올바른 제도 확립이 기업 문화 발전과 일하기 좋은 환경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인 인식만큼은 우리 사회에 확고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2023년에는 법원에 계류된 직장내 괴롭힘 관련 분쟁의 수도 늘어나고, 판결이 다루는 쟁점도 다양해졌다. 직장갑질119는 이러한 쟁점들을 망라해 올해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제도 도입 전후로 내려진 직장 내 괴롭힘 판결(80여 건)을 상세히 분석해 소개한 바 있다(2013. 10. 6. 2023년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분석 보고서). 


2023년에 내려진 판결 중에는 종래 다뤄지지 않은 쟁점,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도입 시에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쟁점에 관해 판단한 하급심 판결도 눈에 띈다. 이번 기고에서는 그중 중요한 몇 건을 골라 소개한다.


우선 조사절차 공정성과 관련한 피해자 의견청취의무의 이행요건에 대한 판결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제10-2민사부 2023. 8. 10. 산고 2022나45458 판결, 상고심 계속 중). 이 판결은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도 동일한 취지로 정하고 있으므로(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해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에도 참고가 되는 판결이다.


사안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데, ▲기업은 그 사실은 알리지 않고 단순히 가해자가 사직서 제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만 피해자에 전달하고, ▲그 결과 피해자가 가해자 사직에 동의했는데, 이 사실관계에서 기업이 피해자 의견청취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해자가 가해자 진술의 구체적 양상을 구체적으로 전달받고 가해자를 형사고소할지 여부 등 자신의 대응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기업의 피해자 의견청취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의견청취의무는 피해자 의견을 ‘청취’할 의무이지, 그 의견에 기업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구속이 따르는 의무는 아니다. 어떤 정보를 의견 청취 전에 제공해야 하는지도 법상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동 의무는 피해자에게 먼저 의사 판단에 충분히 정보가 제공되고 보장돼야 공정하며, 그 정보에는 책임을 부인하는 가해자의 주장·태도가 포함된다는 것이 동 판결의 취지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법상 직장 내 괴롭힘 정의에 포함된 요소는 아니지만, 반복·지속성과 의도성을 직장 내 괴롭힘의 중요한 판단 요소로 설시한 판결도 눈에 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3.5. 19. 선고 2022나63476 판결). 


동 판결은 통화 도중 1회 욕설을 한 행위의 직장 내 괴롭힘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직장 내 괴롭힘 성립을 부정하면서 “관련 업무의 내용, 행위가 이루어진 시간·장소 등 상황과 형태, 행위의 내용과 정도, 의도나 경위, 반복·지속성의 유무,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것은 자칫 과도하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부적절한 행위(예의 없는 언동, 실수로 인한 언동, 1회성 언동 등)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법원의 고심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사업주 등에게는 과태료 처분이 이루어지고, 사회적 물의를 빚는 등 일정한 경우에는 특별근로감독을 받을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그 범위는 너무 과도하게 넓지 않게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절제된 인정이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정착에도 바람직하다.


내년에도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결 추이가 주목된다. 지속성 등이 필요한 괴롭힘의 유형은 어떠해야 하는지, 지속성 등은 어떤 조건하에서 인정될 수 있는지 등이 문제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사가 부하직원들 갈등에 화해를 강요하다가 이번엔 상사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할 조짐을 보인 부하직원에게 고소하겠다고 위협하는 맞대응을 한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결도 있었다(전주지방법원 2023. 7. 20. 선고 2021가합3778 판결). 


동 판결은 ▲상사가 잘잘못을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부하 직원들을 화해하게 하고 서로 포옹하도록 해 갈등을 외견상 무마하려고 했고 ▲수치심을 느낀 부하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겠다고 한 말을 전해 듣고 부하직원을 명예훼손 고소하겠다고 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준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고 판시했다. 


부하직원들 간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지면 상사는 자신이 개입하여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또 본인이 가해자로 지목되면 억울한 마음에 맞신고, 손해배상 청구, 고소 등 강경대응을 고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판결은 상사는 부하직원들 간 갈등에 공식적 해결을 앞세우고 개입을 최대한 삼가야 하는 점, 섣불리 강경 대응하면 그 자체가 다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위험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 외에도 허위신고, 악의적 신고, 상습적 신고의 문제, 손해배상액 현실화 문제 등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앞으로 해결할 많은 쟁점이 수두룩이 남아있다. 다가올 2024년과 그 이후에는 이런 쟁점들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의 2차 피해, 비밀유지의무 등에 관해 내려진 획기적 판결(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과 같은 대법원 판례가 등장해 보다 신뢰할 만한 기준을 제공해 주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법원 판결이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운영을 가이드하는 선례로 기능할 정도로 축적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성희롱 제도가 도입된 후 위 2016다202947판결이 나오기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판결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그런 때가 올 것이다. 2024년에는 법원의 현명한 판결이 많이 나옴으로써 올바른 직장 내 괴롭힘 제도 확립에 일조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 본 칼럼은 조상욱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3년 12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102&in_cate2=0&bi_pidx=36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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