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회사의 연구소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 도급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지 않다고 본 사례
2023.11.29.
[노동팀 뉴스레터 제1호]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1. 3. 선고 2022나203404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 H사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제조사로 자동차 연구개발 시설인 M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M연구소의 전산장비를 유지ㆍ보수 하기 위해 협력업체에게 도급 하였습니다. 원고 11명은 여러 번 소속 협력업체 변경을 거쳐 현재는 모두 N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M연구소 PC정비실에서 전산장비 유지ㆍ보수 업무 등을 담당하였습니다.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12. 선고 2020가합556640 판결)에서는 원고들과 피고 간의 관계를 근로자 파견 관계로 보아 불법파견으로 인정하였으나, 대상판결인 제2심에서는 1심 판결을 뒤집어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하며 1심 판결을 취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ㆍ명령, 원고들의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원고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피고의 결정권 행사 등을 인정하였고, 원고들이 담당한 업무의 특정성ㆍ구별성이 부족하다고 보면서 피고가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전산장비 유지ㆍ보수 업무에 관한 이 사건 협력업체의 전문성ㆍ기술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협력업체의 독립적 실체가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요소는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제2심에서는 원고들은 피고가 아닌 이 사건 협력업체 현장대리인 원고 A를 통해 업무지시사항을 전달 받았고, 현장대리인인 원고A는 다른 원고들에게 수행업무 및 업무시정을 직접 지시를 하였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도급에 따른 일의 완성을 위한 도급인의 일반적, 추상적 지시를 근로자 파견관계의 징표로서 상당한 지휘ㆍ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 근로자들로부터 여러 경로로 접수된 장애(고장) 신고는 원고들의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로서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객관적 정보’라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사내 전산 시스템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① 원고들이 ITSM 시스템을 통하여 피고 근로자들로부터 전달받은 내용들은 업무수행에 필요한 ‘객관적 정보’로서 피고가 ITSM을 통하여 원고들의 작업시간이나 작업속도를 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② 피고가 커뮤니티를 통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에게 접수시킨 사항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장비 교체 요청 등 피고의 요구사항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이고, 원고들 중 특정 기술자를 지정하여 구체적인 업무를 부과하거나 작업속도 또는 작업시간을 결정하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③ 일부 원고가 피고의 다른 자산관리 시스템인 ‘바츠(VAATZ)’ 또는 ‘SAP(재무회계시스템)’에 접속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전산시스템 아이디(ID)를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대여하는 행위는 피고의 내부 규정상 금지되는 행위이고, 피고가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
또한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협력업체에게 일반적인 작업배치권 및 변경 결정권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① 원고들의 구체적인 업무분장은 이 사건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업무분장표 등 관련 규정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②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원고 A로부터 ‘일용직/프리랜서 채용 의뢰서’를 접수 받아 기간을 정하여 특정 업무를 수행할 프리랜서를 이 사건 협력업체가 고용하여 투입하였다. ③ 도급대금인 유지·보수료는 각 유지·보수대상 전자기기의 대수에 각 보수단가를 곱한 금액에 의하여 산정되어 확정금액으로 결정되었다. |
아울러 피고 사업의 실질적 편입 및 인사권, 독립성 등 여부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부정하였습니다.
① 위탁계약에서 정한 업무에 수반되는 과정에서 피고 근로자들이 협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하나의 작업진단을 이루어 공동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② 원고들의 업무는 정기유지보수를 위한 각종 전문자격을 보유한 전문성을 갖춘 업무이다. ③ M연구소의 연구직 업무나 총무팀 업무와는 명백히 다르고 피고는 원고들의 채용 및 선발, 휴가 등과 같은 인사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④ 이 사건 협력업체의 전체 연 매출액에서 M연구소 관련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이르지 않는다. |
3. 의의 및 시사점
전산장비 유지보수 업무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기술력 및 특수성이 요구되는 분야로 많은 기업에서 도급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의 1심에서 피고는 ‘피고와 유사하게 전산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다른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해당 외부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 했었으나 1심 판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상판결은 불법파견의 판단에 있어 도급이 널리 허용되는 사업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점, 전산 도급 업무 수행 과정 중 원청 근로자들이 하청 근로자들과 직접 접촉하여 고장 신고를 하는 것을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아니라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로서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객관적 정보’라고 판단한 점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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