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회사의 1차 협력업체 근로자와는 근로자 파견 계약 관계에 있으나, 2차 협력업체 근로자와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지 않다고 본 사례
2023.11.29.
[노동팀 뉴스레터 제1호]
대상판결: 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다215842, 2023다215859(병합)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 H사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제조사로 자동차 생산공정 중 일부를 각 협력업체에 도급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협력업체(이하 ‘1차 협력업체’) 및 피고의 1차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이하 ‘2차 협력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이며, 피고와 근로자 파견계약에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1차 협력업체 근로자인 원고 15명의 근로자파견 관계는 인정하였으나,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명에 대해서는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였습니다. 제1심은 2차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반면 제2심은 2차 협력업체 근로자 모두 근로자 파견 관계를 부정했고, 대법원도 상고 기각하여 이와 같은 판단을 유지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피고의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서열 작업은, 피고의 주된 목적인 자동차 제조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피고의 차량 생산 순서에 맞춘 실시간 서열 정보에 따라 부품을 배열하는 형태로 서열 작업을 수행하고 있고, 이는 피고의 차량 생산 순서와 직접 연동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작업명령을 받고, 그 외에도 독자적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기 보다 오히려 피고의 사내협력업체와 성격이 유사한 것으로 보여 서열ㆍ불출 공정을 담당한 2차 협력업체 근로자 2명에 대해서도 정규직과 작업의 실질이 다르지 않다고 보아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드라이브 샤프트 불출’ 업무를 수행한 원고 1명에 대하여는 당초 해당 협력업체의 본래 도급업무를 수행하던 업무로서 성질상 분리도급이 가능한 점, 업무 분담에 관하여 피고가 관여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부정했습니다.
반면 제2심은 1차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였으나, 2차 협력업체 근로자 3명 모두에 대하여 근로자 파견 관계를 부정했습니다. 즉, ‘근로자가 어느 업체에 소속되어 있는지와 관계없이 업무 수행방식의 동일하다고 하여 피고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 명령을 받아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파견근로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파견근로자와 도급인의 정규직 직원 사이의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가 중요하고, 본질적으로 도급인의 상당한 지휘 · 명령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도급인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업무구조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2차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판단과 관련하여, 근로자파견의 판단요소인 1)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였는지, 2) 일반적 작업배치ㆍ변경 결정권 3)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 하였습니다.
① 피고가 제공한 사양식별표, 서열지는 정규직이든 사내협력업체 소속이든 외주업체 소속이든 관계없이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객관적 정보'일 뿐이다. ② 만약 위와 같은 부품 공급망 내 정보 공유를 사용자 내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으로 보고, 부품공급망을 단순히 위 지휘ㆍ명령을 전달하는 도구로 본다면, 서열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 전부가 피고 회사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는 피고의 근로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결론은 파견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③ 피고측에서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불출동선을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외 하도급업체에 불과한 2차 협력업체들이 사내의 다른 공정 작업자들의 동선, 작업시간대에 관한 정보를 모두 알 수는 없으므로, 사내 모든 공정을 조율, 관할하고 있는 피고측에서 최적의 동선을 계획하여 이를 작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공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자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서 효율성을 추구할 유인이 크다. ④ 2차 협력업체들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작업배치권과 인사권, 근태관리권을 행사하였고, 이에 피고가 개입하지 않았으며, 피고가 원고들 개개인의 업무 수행을 감시 · 감독하거나 평가한 바도 없다. ⑤ 업무대상인 부품의 종류를 기준으로 보면 도급인 근로자와 수급인 근로자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된다. 특정 부품에 대하여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협업, 대체된 예를 발견할 수 없다. ⑥ 2차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이 피고의 울산공장 사내에서 수행하는 서열, 불출 공정 등은 사내의 정규직 근로자들의 공정이 아니라 각자가 소속되어 있는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사외에서 작업하는 선(先)공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⑦ 서열 · 불출 업무가 피고 공장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정만으로는 서열 · 불출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그 부품을 사용하여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수행하거나 같은 공장 내에서 다른 서열 · 불출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 집단을 이루어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⑧ 2차 협력업체들은 도급계약의 목적인 부품물류공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고, 피고만을 상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물류공정에 관하여 여러 업체와 거래를 하면서 높은 매출을 올리는 등 독립적 기업조직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
3. 의의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피고인 H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을 인정하였다는 점보다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을 부정한 것이 주목할 만 한 점입니다. 이는 지난 7월, 불법파견을 부정한 대법원 판단(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다275885 판결)과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출고 전 검수를 담당한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H사 직원이 수행한 업무와는 명확히 구분되고, H사가 협력업체에 PDA 기기를 제공하기는 했으나 업무수행 과정에서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상당한 지휘ㆍ명령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업무에 높은 유기성이나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 하였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원청이 제공한 사양식별표, 서열지가 업무상 지휘ㆍ명령이 아니라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객관적 정보’로 본 점, 업무대상인 부품의 종류를 기준으로 보면 도급인 근로자와 수급인 근로자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한 점,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사내에서 수행하는 서열, 불출 업무가 정규직 근로자들의 공정이 아닌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사외에서 작업하는 선(先)공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고 인정한 점 등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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