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코 면도기 등의 원산지 표시와 관련한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

2011.06.17.

통상 면도기와 커터기 세트는 손잡이(handle)와 탈/부착이 가능한 카트리지 날(Blades)로 구성됩니다. ㈜도루코는 면도기와 커터기 등의 생산원가 절감 등을 위하여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중국의 현지법인으로 하여금 국내에서 생산한 카트리지 날과 중국에서 생산된 손잡이를 결합하여 하나의 포장 상품을 만들도록 하고, 이러한 포장 상품을 다시 국내에 수입하여 판매하였습니다.
 

㈜도루코는 위와 같은 포장 상품을 국내로 수입하면서 상품 뒷면에 "Blades made in Korea, Handle made in China"라고 표시함으로써 각 부분품별로 원산지를 표시하였는데, 세관은 각 부분품별 원산지를 표시할 것이 아니라 위 포장 상품 전체에 대하여 "made in China"로 표시하여야 한다는 이유(원산지 오인표시)에서 ㈜도루코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대외무역법위반으로 형사고발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도루코의 위와 같은 부분품별 원산지 표시는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다른 경쟁 회사의 원산지 표시법을 참고한 것이기는 하나, 위 건 수입 당시의 구 대외무역법 내지 대외무역관리규정은 상품 전체에 대한 단일한 원산지 표시 외에 각 부분품별 원산지 표시도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한편 ㈜도루코에 대한 공소제기 후, 대외무역관리규정이 개정되어 각 부분품별 원산지 표시가 명문으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는데, 이에 1심 법원은 ㈜도루코에 대하여 "범죄 후 법령 개폐"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도루코는 면소판결에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도루코가 독자 개발하여 생산한 날(Blades)이 채택된 면도기와 커터기를 중국산으로 표시하는 것만이 적법하고, 또한 소비자들에게도 결국 중국이라는 원산지를 국산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법원이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검사의 항소로 시작된 항소심에서 ㈜도루코는 율촌의 조세그룹에 사건을 의뢰하였고, 이에 율촌은 1심 면소 판결을 방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면도기의 커터기의 본질이 날(Blades)에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즉, 각 부분품을 단순히 재포장을 한 것에 불과한 국가는 전체 포장 상품에 대한 원산지가 될 수 없다는 관세법상의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도루코가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 개발한 6중날 면도기 등을 중국산으로 표시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오히려 소비자로 하여금 원산지에 대한 불명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법원을 설득한 것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법령의 개폐가 있었다는 이유로 바로 면소를 선고할 것이 아니라 해당 원산지 표시가 전체적으로 보아 소비자로 하여금 원산지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면도기 등의 경우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날(Blades)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원산지가 소비자들의 더 중요한 관심 대상인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건의 경우 각 부분품별로 원산지를 표시한 것이 구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며 결국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본 판결은 부분품별 원산지 표시가 가능한 지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원산지 검증과 관련한 소정의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즉, 제품의 특성과 이와 관련한 소비자의 관심 대상이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원산지 표시제도의 취지와 관련한 법령상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는데, 특히 향후 한-EU 체결 등으로 원산지 판단 및 그 표시 방법에 대한 다툼이 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러한 측면에서도 중요한 선례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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